서울시가 한강버스 선착장 안전보강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잠실 선착장 도교 파손 사고의 정확한 원인부터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서울 한강에 설치된 기존 선착장 22곳이 모두 동일한 체인 앵커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잠실 선착장에서 파손이 발생했다면 계류방식 자체뿐 아니라 해당 선착장의 설계와 시공 상태, 구조적 특성, 당시 수위와 유속 등 개별적인 조건까지 함께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착장 계류장치 보강사업의 투자심사 자료에 실시설계가 ‘완료’됐다고 기재됐지만 실제로는 일부 설계가 끝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울시의 사업 검토와 자료 작성의 정확성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홍재희 부위원장(사진)은 지난 1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미래한강본부 업무보고에서 한강버스 잠실 선착장 파손 사고 원인과 계류장치 보강사업 추진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체인 앵커가 원인”…그렇다면 다른 21곳은 왜 괜찮았나
논란의 출발점은 2025년 7월 발생한 잠실 선착장 도교 파손 사고다.
홍 시의원은 사고가 체인 앵커 방식 자체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미래한강본부에 질의했다.
이에 미래한강본부장은 선착장이 한강 수위 변화에 따라 상하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좌우 흔들림까지 충분하게 제어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도교와 도교 끝부분 힌지에 힘이 가해져 파손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인 앵커가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어진 설명에서는 한강에 설치된 기존 선착장 22곳이 모두 체인 앵커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해당 방식으로도 선착장 운영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상 구조물은 수위와 유속, 바람 등의 영향을 받아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일정 수준의 파손과 보수는 일반적인 관리 범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또 다른 의문을 남긴다.
체인 앵커 방식 자체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면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다른 선착장에서는 왜 같은 유형의 파손이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시의원 역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2025년이 직전 4년 가운데 팔당댐 방류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해라는 점을 들어 수량이나 유속만으로 사고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홍 시의원은 “체인 앵커 방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잠실 선착장의 설계나 시공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부실시공 가능성을 포함한 보다 면밀한 사고 원인 조사를 요구했다.
전문가 “계류방식 하나만으로 사고 원인 단정하기 어려워”
교통·수상시설 안전전문가들은 선착장과 같은 수상 구조물의 파손 원인을 규명할 때 하나의 요소만 떼어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교통안전 전문가는 “동일한 체인 앵커 방식을 사용하는 여러 선착장 가운데 특정 시설에서만 파손이 발생했다면 계류방식 자체뿐 아니라 해당 선착장의 구조와 도교 길이, 힌지 결합부, 계류장치의 설치 위치와 장력, 시공 상태 등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수위와 유속, 바람, 선박 통항으로 발생하는 파랑 등 외력 조건도 선착장마다 다를 수 있다”며 “사고 당시 구조물에 실제로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의 힘이 작용했는지를 분석하고 설계 당시 예상했던 하중과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전보강 공사를 추진하기 전에 사고 원인과 보강공법 사이의 인과관계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원인 규명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류장치만 변경하면 실제 취약점이 다른 부분에 있을 경우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기존 설계도면과 구조계산서, 시공기록, 파손 부위의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그 결과를 보강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체인 앵커 방식이 문제였다’는 결론과 ‘잠실 선착장에만 존재했던 개별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가능성을 구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시설계 ‘완료’라더니 일부는 미완료…투자심사 자료 오류
사고 원인뿐 아니라 안전보강사업의 행정 절차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서울시가 한강버스 선착장 계류장치 보강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심사 과정에 제출한 기본현황 자료에는 사업 실시설계가 ‘완료’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러나 홍 시의원의 질의 결과 일부 실시설계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한강본부장은 해당 표기가 ‘오기’였다고 인정했다.
파일과 브래킷 등 일부 분야의 실시설계가 완료된 것을 담당 실무자가 전체 실시설계가 완료된 것으로 판단해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표기 실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투자심사 자료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심사는 사업의 필요성과 규모, 총사업비, 추진 가능성 등을 판단해 예산 투입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설계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는 사업비와 공사 일정, 향후 추가 비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안전보강 필요하지만 ‘안전’이 부실한 검토의 면죄부 돼선 안 돼
홍 시의원은 “투자심사 자료와 의회 제출자료는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 편성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초자료”라며 “자료마다 실시설계 진행 상황이 다르게 나타난다면 의회의 예산심사는 물론 서울시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 안전을 위해 문제가 확인된 선착장을 신속하게 보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안전사업이라는 이유로 사고 원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나 사업비 검토, 설계 절차를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오히려 안전을 목적으로 추가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일수록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방식으로 고치면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가 더욱 명확해야 한다.
사고 원인을 체인 앵커로 판단했다면 이를 입증할 구조적·기술적 근거가 필요하고, 새로운 계류방식을 적용한다면 기존 방식보다 안전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원인 규명 없는 보강공사, 같은 문제 반복할 수도
홍 시의원은 “시민 안전을 위한 시설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안전이라는 명분이 부정확한 자료 작성이나 불충분한 예산 검토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는 잠실 선착장 파손의 직접적인 원인과 계류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정확한 설계자료와 집행계획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기존 설계와 시공, 사고 원인, 보강공법, 사업 일정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에서 서울시가 풀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체인 앵커가 근본 원인이라면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는 22개 선착장 전체의 위험성을 점검해야 한다. 반대로 잠실 선착장만의 설계나 시공상 문제가 원인이었다면 해당 부분을 찾아내 책임 소재와 보강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두 가능성을 구분하지 않은 채 계류장치 보강부터 추진한다면 예산을 투입하고도 사고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강버스는 단순한 수상시설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목표로 추진된 사업이다. 선착장 안전 역시 일반적인 시설물 관리 수준보다 높은 신뢰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안전보강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고치느냐’만이 아니다. 왜 파손됐는지를 정확히 밝히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설계가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투입되는 예산과 행정 절차가 시민에게 설명될 수 있는지가 함께 검증돼야 한다.
같은 방식의 선착장 22곳 가운데 왜 잠실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는 것이 한강버스 선착장 안전보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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