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외치며 ‘스벅’ 챙긴 지자체… 3년간 17억 집행의 이면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13 09:53:05 댓글 0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지역 골목상권을 살리자며 주민들에게 지역화폐 사용을 독려해 온 지방자치단체들이 정작 자체 예산으로는 17억 원이 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상품권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 현장의 편의성에 매몰되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자체 본연의 정책 목표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기 51.7% 집중… 구매 사유 1위는 ‘내부 직원 격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지방자치단체별 스타벅스 상품권 구매 현황(2024년 1월~2026년 6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전국 지자체가 집행한 스타벅스 상품권 구매액은 총 17억 7,92만 원으로 집계됐다.지역별로는 수도권 편중이 심각했다.

서울특별시가 5억 2,697만 원으로 전체의 30.8%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경기도가 3억 5,673만 원(20.9%)으로 뒤를 이었다. 두 지자체가 쓴 예산만 전체의 절반을 넘는 51.7%에 달했다. 이어 경남(1억 1,289만 원), 부산(1억 649만 원), 충남(9,053만 원) 순이었으며, 제주(802만 원)와 강원(679만 원)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구매 목적을 들여다보면 행정 현장의 모순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지자체가 사용한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외부 주민이 아닌 '내부 직원 격려·포상·간식'으로, 총 8억 7,569만 원(170건)이 쓰였다. 시민 대상 설문조사나 이벤트 경품은 7억 5,388만 원(353건)으로 건수는 많았으나 건당 집행 금액은 직원 포상용이 훨씬 컸다. 행정 내부부터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기조를 외면한 셈이다.

 
전국 지자체 스타벅스 상품권 구매 현황 (2024년 1월~2026년 6월)

 불매운동 여파와 행정 편의주의가 만든 반막 현상

 주목할 점은 올해 상반기 집행액의 급감이다.
▲스타벅스 상품권 연도별 구매액 및 구매 목적별 분류 (2024~2026.6)

연도별 추이가 확인되는 13억 4,780만 원을 분석한 결과, 2024년 5억 2,479만 원에서 2025년 6억 8,314만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6년 상반기(1~6월)에는 1억 3,988만 원으로 급락했다.

 이는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이 trigger가 된 전국적 불매운동과 궤를 같이한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논란 직후 스타벅스 주간 결제금액은 26.3%(약 84억 7,000만 원) 급감했다. 공공기관 특성상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브랜드의 상품권 구매를 사전에 조율하거나 축소하는 리스크 관리 모드가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행정전문가 시각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행정 편의주의'에 있다. 모바일 쿠폰 발송의 용이성과 젊은 공무원·시민들의 높은 선호도를 핑계로, 지자체가 마땅히 지켜야 할 '지역상권 활성화'라는 공익적 가치를 후순위로 미뤄둔 것이다.

지자체 스스로 발행하는 지역화폐나 지역 소상공인 가맹점 쿠폰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대기업 플랫폼에 의존하는 행태는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박정현 의원은 "지역화폐 예산을 편성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고 홍보하는 지자체가 정작 자체 행정예산은 대기업 상품권을 사는 데 집행하는 것은 이율배판"이라며 "향후 지자체별 상품권 구매 실태와 지역화폐 집행 현황을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예산 집행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정책적 메시지다. 공공 예산이 소상공인의 호주머니가 아닌 대기업의 매출로 직행하는 구조를 끊어내지 않는 한, 지자체의 '지역경제 살리기' 구호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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