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관리주치의' 42곳 중 12곳 환자 '0명'… 4개 시·군·구가 82% 독점했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6 08:06:10 댓글 0
신청 병원 4곳 중 1곳만 진료… 정부는 성급한 '사업지 92곳 확대' 빈축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치매 환자가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전문적인 진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이 심각한 지역별 양극화와 의료기관 참여 부진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넘도록 사업 대상 지역 3곳 중 1곳에서는 등록된 치매 환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반면, 전체 환자의 80% 이상은 특정 4개 기초지자체에 쏠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치매관리주치의 1차 시범사업 지역 등록환자 현황                         (단위: 명, 2026년 7월 누적 기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경기 광주시갑)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진행된 1차 시범사업 대상 42개 시·군·구 중 무려 12곳의 누적 등록 환자 수가 ‘0명’에 머물렀다. 사실상 제도가 작동조차 하지 않은 채 서류상 사업지역으로만 방치된 셈이다.

4개 지역이 환자 81.6% 싹쓸이… 심각한 ‘치매 관리 양극화’


반면 제도가 활성화된 일부 지역에서는 환자 쏠림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전국 누적 등록 환자 총 7,188명 중 81.6%에 달하는 5,872명이 전남 목포시(2,824명), 서울 노원구(1,218명), 경기 고양시(1,084명), 경북 문경시(746명) 등 4개 지자체에 몰려 있었다.

결국 특정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나 지자체의 초기 홍보 역량에 따라 치매 환자의 의료 접근성이 극명하게 갈리는 '의료 불균형'이 초래됐다. 거주지에 따라 주치의 관리를 체계적으로 받는 환자가 있는 반면, 같은 시범사업 권역에 살면서도 존재조차 알지 못해 소외되는 치매 환자가 속출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간판만 건 의료기관… 신청 병원 4곳 중 1곳만 실제 진료

참여 의료기관의 소극적인 운영 행태 역시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심평원의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효과 평가 연구」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사업 참여를 신청한 의료기관 총 252개소 가운데 실제 환자에게 치매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62개소(24.6%)에 그쳤다.

신청 병·의원의 약 75%는 명단에 이름만 올려두었을 뿐, 환자 발굴이나 실제 관리 서비스 제공에는 전혀 나서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의료기관 현장에서 주치의 서비스에 수반되는 행정 부담이나 수가 체계, 환자 연계 지원 인프라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등록 환자 91.5%는 만족… 현장 안착 시스템이 관건

주목할 점은 진료 문턱을 넘어 주치의 체계에 진입한 환자들의 반응과 임상적 효과는 뚜렷하다는 점이다. 등록 환자 7,188명 가운데 91.5%인 6,575명은 주치의 서비스를 1회 이상 지속해서 이용했다. 연구 분석에서도 동일 주치의를 통한 진료 지속성 확보, 치매 치료 약물 순응도 개선 등 뚜렷한 건강 지표 호전이 입증됐다.
▲참여 신청 의료기관과 실제 서비스 제공기관

이는 제도 자체의 정책적 효용성과 치료 효과는 높지만, 환자가 의료기관에 최초 등록되고 실제 진료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끊겨 있음을 방증한다. 환자 유입 단계의 가교 구실을 해야 할 지역 치매안심센터와 1차 의료기관 간 협업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효성 점검 없는 양적 확대… “공백 원인부터 메워야”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시범사업 지역을 기존 42곳에서 92개 시·군·구로 두 배 이상 대폭 늘렸다. 참여 의사 역시 315명에서 417명으로 확대했다. 기존 지역의 환자 공백 원인과 의료기관의 낮은 진료 참여율에 대한 면밀한 실태 점검 없이 단순히 외형적 수치 늘리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개요

소병훈 의원은 “치매 환자가 살던 곳에서 꾸준히 전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초고령화 사회의 필수 과제”라면서도 “사업지역으로 지정되고도 등록 환자가 전무한 곳이 다수 발생했다는 것은 제도가 현장 환자들에게 온전히 가닿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이어 “단순히 대상 지자체나 등록 의사 숫자를 늘리는 양적 팽창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라며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중앙치매센터가 긴밀히 협력해 등록 공백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고, 환자 발굴부터 실질적인 치료와 사후관리까지 톱니바퀴처럼 이어지는 촘촘한 환류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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