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 남하에 AI 예찰 112곳으로 확대…작년의 '한 달 빠른 발생'은 막을 수 있나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5 11:10:31 댓글 0
[데일리환경=이정윤. 안상석 기자]겨울 철새 남하가 본격화하자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예찰 지점을 102곳에서 112곳으로 늘리고 축산차량 통제구간을 280곳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지난겨울 예년보다 한 달 빠르게 발생해 세 개 아형이 동시에 검출됐던 '실패 지점'을 이번 대책이 실제로 보완했는지는 겨울 내내 검증이 필요하다.

겨울 철새가 남하하기 시작한 지난 9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축산농가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농림축산식품부, 2026.10.6(철새정보알림시스템 가동 및 예찰 확대 관련 자료 배포일 기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철새 예찰 지점은 기존 102곳에서 112곳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초기 기착지이자 위험도가 높은 22개 지점은 지난 9월부터 집중 감시 대상에 올랐다.

가금농장을 드나드는 축산차량의 통제구간도 280곳으로 지정돼, 철새도래지 인근 도로를 우회하도록 관리가 강화됐다.


올해 조치가 유독 서두르는 이유는 수치에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9월 25~27일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10곳을 조사한 결과 물새류 73종 5만7036개체가 확인됐고, 이 중 AI에 취약한 오리과만 3만276개체에 달했다. 한강하구·시화호·삽교호 3곳을 전년 9월과 비교하면 물새류는 1만5606개체에서 2만3893개체로 53.1% 늘었고, 오리과는 6448개체에서 1만8678개체로 189.7%,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해외 상황도 심상치 않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집계로 올해 1~8월 해외 야생조류 고병원성 AI 검출 건수는 29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2건의 두 배를 넘었다. 매일안전신문(2026.10.6)과 한국영농신문(2026.10.6)은 이 같은 개체수 급증과 해외 발생 추이를 근거로 올겨울 방역 긴장도가 예년보다 높다고 짚었다.

데일리환경이 과거 방역 성적표를 들여다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난 2025~2026년 겨울 시즌 방역당국의 집계를 보면, 가금농장 62건과 야생조류 63건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특히 그해 첫 가금농장 발생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랐고, H5N1·H5N6·H5N9 세 개 아형이 동시에 검출됐다.

예찰 지점을 꾸준히 늘려온 그간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조기 발생과 다중 아형 검출이라는 두 가지 약점은 끝내 막지 못한 셈이다. 전년도 역시 예찰·소독·통제 매뉴얼은 갖춰져 있었지만, 정작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초기 기착지'에 대한 선제적 감시와, 축산차량의 실제 이동 경로를 통제하는 수단은 상대적으로 허술했다는 게 축산 방역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그 틈을 메우려는 시도가 보인다는 점이다. 초기 기착지 22곳을 콕 집어 집중 감시하기로 한 것은 '늦게 발견해 늦게 대응했다'는 작년의 실패를 되짚은 결과로 읽힌다.

대형 산란계 농장에 대해 상하차 인부나 백신 접종팀처럼 출입이 잦은 인력을 7일 전 사전등록하도록 하고, 차량을 24시간 감시하는 무인초소 100개를 두기로 한 것도 방역의 '사람 변수'를 줄이려는 보완책이다. 몽골·일본과의 위치추적 공동연구, 국내 검출 바이러스의 유전형 분석 협력 역시 해외 발생이 국내로 옮겨붙는 경로를 추적해 작년보다 한발 앞서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다만 이 정도 보완이 지난겨울의 '한 달 빠른 발생'과 '세 개 아형 동시 검출'이라는 패턴을 실제로 끊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예찰 지점을 10곳 늘렸다고 해서 전국 철새도래지 전체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무인초소 100개 설치와 운영 인력 확보가 실제로 올겨울 안에 끝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축산차량 통제구간이 280곳으로 늘었지만 농가와 사료·방역 차량의 실제 동선까지 세밀하게 반영했는지는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난해처럼 10월 중하순 이전에 조기 발생이 재현될 경우, 올해 새로 도입한 조치들이 '준비 중'인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맞이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별 편차도 변수다. 국내 고병원성 AI는 예년에도 천수만·금강하구·한강하구 등 서해안과 중부 내륙 저수지 일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예찰 지점이 전국 단위로 10곳 늘었다고 해도, 실제 바이러스 유입 위험이 높은 거점에 인력과 장비가 충분히 배치되지 않으면 '숫자만 늘어난 예찰'에 그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초기 기착지 22곳을 별도로 지정해 이 문제를 의식한 흔적을 보였지만, 이 22곳의 구체적 위치와 집중 감시 강도가 실제로 발생 고위험 지역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아직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철새가 본격적으로 남하하는 10월부터가 가장 위험한 시기인 만큼 농가의 자체 소독과 외부인 출입 통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는데, 이는 결국 정부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농가 차원의 이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방역당국이 강조하는 국제 협력 역시 실제 발생 억제 효과로 이어지려면 분석 결과가 현장 방역 지침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는지가 관건이다. 몽골·일본과의 위치추적 공동연구는 바이러스가 어느 경로로, 언제 한반도에 들어오는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올겨울 당장의 방역에 바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①초기 기착지 22곳에 대한 감시가 실제 조기 발견으로 이어지는지 ②무인초소 100개와 사전등록제가 예정대로 가동되는지 ③지난해처럼 10월 중하순 이전 조기 발생이 재현되는지 세 가지 지표로 가늠될 전망이다.

방역 예산과 인력 배분의 지속가능성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예찰 지점을 늘리고 무인초소와 드론, 소독차량을 추가 투입하는 데는 그에 상응하는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매년 겨울 특별방역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지점 수와 장비 규모는 조금씩 늘어나는 반면, 실제 현장에서 분변 채취와 폐사체 수색을 담당하는 인력이 충분히 확충됐는지는 매번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지자체 방역 공무원과 수의사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감시 대상만 계속 늘어나면, 결국 한 사람이 더 많은 지점을 관리해야 하는 '양적 확대, 질적 정체'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도 7일 전 사전등록, 차량 우회 등 새로운 통제 수칙이 늘어날수록 현장의 수용성과 이행 비용이 커지는 만큼,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인건비·장비 지원을 충분히 마련했는지가 실제 이행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데일리환경은 예찰 지점 확대의 실효성과 무인초소 설치 완료 시점, 인력 충원 현황, 그리고 조기 발생 여부를 겨울 내내 추적할 계획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