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 2600만원에 “고소하겠다” 으름장…닛산 리프 ‘배터리 먹통’ 파문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24 19:19:37 댓글 0
점검 통과 다음 날 멈춰 선 닛산 리프…항의하자 “사기죄로 고소”?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닛산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리프(LEAF)’가 공식 서비스센터 점검 후에도 원인 불명의 시동 불량과 배터리 결함이 반복되면서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
 
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리 견적과 부실 점검 의혹은 물론, 항의하는 소비자에게 형사 고소를 시사한 공식 수입사(임포터)의 고압적 대응까지 맞물리며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황운하 의원(사진)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닛산 리프의 배터리 고장 및 안전 문제를 집중 추궁하고, 공식 서비스 임포터인 KCC모빌리티에 차량 재매입을 포함한 실질적 피해구제 대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상 판정 다음 날 멈춰”…신뢰 잃은 서비스 점검체계


이날 국감장에는 KCC모빌리티 심현보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실제 피해를 겪은 차주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실상을 증언했다.

황 의원이 공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한 차주는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고장으로 차량을 입고했으나 KCC 서비스센터로부터 “배터리 상태가 양호하다”는 엉뚱한 진단을 받았다. 또 다른 차주는 점검 후 정상 판정을 받고 차량을 출고했으나, 불과 다음 날 급속충전 직후 시동이 걸리지 않아 도로에서 견인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주행 중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치명적 오류도 확인됐다. 이날 참고인으로 나선 차주는 “주행 중 배터리 잔량 표시가 불과 20초 만에 95%에서 9%로 급락하며 출력이 강제로 제한됐다”고 호소했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오히려 배터리 과열 위험을 이유로 ‘급속충전을 자제하라’는 안내를 내놓는 등 전기차로서의 기본 운행 성능조차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 의원은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차량의 배터리를 ‘양호’로 판정하는 등 KCC의 점검 결과를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업계 전문가 “스웰링 현상, 열폭주 뇌관”…국토부 리콜 요구에도 닛산 ‘묵묵부답’

배터리가 물리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Swelling)’ 현상에 대한 제조사의 방관도 도마에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배터리 팽창 문제에 대해 별도 리콜을 요구했으나, 닛산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지난 5월 시작된 급속충전 관련 소프트웨어 리콜 조치만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터리 공학 전문가는 단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는 구조적 결함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차전지 전문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초·중기형 닛산 리프에 적용된 배터리 팩은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수랭식이 아닌 ‘공랭식(공기 냉각)’ 방식을 채택해 고온 환경과 급속충전 시 발생하는 발열 제어에 치명적인 취약점이 있다”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은 내부 셀 분리막 손상이나 가스 발생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 방전 문제를 넘어 내부 단락으로 인한 열폭주와 화재 사고의 직접적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등 해외에서도 리프 배터리 팽창 및 화재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며 안전성 우려가 고조된 바 있다.

2600만원 견적에 ‘사기죄 고소’ 으름장…소비자 두 번 울린 KCC

배터리 수리에 따른 과도한 비용 부담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한 차주에게 청구된 배터리 모듈(12개) 교환 견적은 무려 2,625만 2,930원에 달했다. 차량 잔존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리비로 인해 차주들은 사실상 운행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다.

더욱이 KCC모빌리티 측은 결함을 호소하며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피해 차주들에게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형사적 법적 대응 가능성을 통보한 것으로 드러나 질타를 받았다.

황 의원은 “차량의 안전 결함 해결을 촉구하는 정당한 소비자에게 사기와 문서위조 운운하며 법적 대응부터 거론하는 처사가 과연 타당한가”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에 대해 KCC모빌리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한국닛산 철수 이후 KCC모빌리티가 AS와 관리를 전담하는 구조 속에서, 본사의 배터리 모듈 수급 지연과 부품 단가 상승으로 현장 대응에 현실적인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차주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법적 절차 언급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빚은 것은 유감스러우며,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피해 차주들은 “단순 점검이나 땜질식 수리로는 더 이상 가족을 태우고 운전할 수 없다”며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차량 재매입’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미국 닛산의 경우 배터리 수리가 수개월간 지연된 리프 차량에 대해 공식 재매입(Buyback)을 실시하거나 신차로 교환해 준 전례가 있다. 국내 리콜 규정 안내문에도 부품 수급 불가 시 일정 기준에 따라 차량을 매입하는 절차가 명시되어 있다.

황 의원은 “국내 소비자들 역시 해외와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다”며 “KCC모빌리티는 공식 임포터이자 판매 당사자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이날 출석한 피해 차주들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배터리 안전 대책 수립과 실질적인 차량 재매입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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