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덜어낸 자리에 다시 일할 희망을…중장년 재기의 길을 묻다

정진욱 기자 발행일 2026-10-26 14:12:47 댓글 0
- 이민규 법무법인 한수 대표변호사, 서울형 일자리 모델 세미나 참석
- 채무 해결 넘어 경제적 자립까지…법률·고용 지원 연계 필요성 강조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인생의 무게가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어쩌면 빚을 짊어졌을 때보다 다시 시작할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인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일해 온 중장년에게 경제적 위기는 단순히 통장의 숫자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익숙했던 일상이 흔들리고, 내일을 향한 자신감마저 잃어버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삶의 벼랑 끝에 선 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은 채무를 정리하는 법률적 해결뿐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 회생 파산 전문 법무법인 한수 이민규 대표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한수)

회생·파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한수의 이민규 대표변호사가 중장년 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논의에 참여해 법률 지원과 일자리 지원을 연결하는 새로운 재기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9월 29일 서울 중구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 4층 대강의실에서 열린 ‘2026년 중장년고용강조주간 서울형 일자리 모델 우수기업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중장년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지원제도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서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일자리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기업 대표와 인사 담당자, 고용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해 중장년의 경험과 전문성을 다시 사회적 자산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이민규 변호사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기업의 채용 확대나 고용 정책을 넘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터에서 멀어진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는 "회생은 꾸준한 소득이 있어야 끝까지 갈 수 있는 제도"라며 "법률 상담만으로는 절반밖에 도울 수 없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을 바탕으로 법원이 정한 변제계획을 이행하면서 채무를 조정받는 제도다. 따라서 채무자의 경제적 상황을 법률적으로 정리하는 과정 못지않게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중장년층은 실직이나 사업 실패, 소득 감소 등으로 채무 위기에 놓였을 때 재취업까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오랫동안 쌓아 온 경력과 경험이 있어도 변화한 고용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이 변호사가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의 고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중장년 의뢰인들은 빚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를 더 두려워한다"며 "채무를 정리하는 순간보다 그다음이 막막하다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채무를 정리했다고 해서 곧바로 생활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매달 이어지는 주거비와 생활비,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경제적 재기의 출발점에는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놓여 있다는 의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참여 기업들이 신규고용지원과 계속고용장려금, 경력지원제도 등을 활용한 사례를 공유했다. 이어 한국생산성본부 고용정책센터 관계자 등이 참여해 중장년 신규 일자리 발굴과 서울형 일자리 모델의 확대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기업들의 사례에서 법률 상담과 고용 지원을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제도를 활용해 중장년을 채용한 사례를 들으며, 의뢰인들에게 법률 해결책과 함께 일자리 정보도 안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채무 문제와 취업 문제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법률기관은 채무 조정과 법적 절차를 지원하고, 고용지원기관은 직업훈련과 취업 상담, 일자리 연결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두 문제는 분리되기 어렵다. 소득이 끊기면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고, 채무 부담이 커지면 안정적인 구직 활동과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법률 지원과 고용 지원이 함께 움직이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빚을 정리하는 법률 지원과 다시 일할 수 있게 돕는 고용 지원이 따로 움직이면 안 된다"며 "두 길이 이어질 때 진짜 재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고용지원기관과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채무 위기에 놓인 중장년이 법적 절차를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취업과 직업훈련 등 필요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연결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위기에 처한 중장년이 법률 문제 때문에 일할 의지까지 꺾이지 않도록 고용지원기관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인생은 빚의 크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기술이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지켜 온 책임감과 세월이 남아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잠시 걸음을 멈췄다고 해서 그 시간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채무를 정리하는 일이 무너진 삶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라면, 다시 일할 기회를 얻는 것은 그 삶을 앞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법률 상담실에서 시작된 고민이 일자리 정책의 현장으로 이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빚을 해결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한 사람이 다시 자신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민규 변호사가 강조한 법률과 고용의 연결은 결국 중장년에게 필요한 재기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빚의 끝에서 새로운 일의 시작을 찾는 사람들에게, 또 한 번의 출발선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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