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억 붓는 세종로공원 정비, ‘지하주차장 공사’로 전락했나…서울시 졸속 설계 도마 위

안상석 기자 발행일 2026-11-06 22:52:22 댓글 0
사업비 525억서 930억으로 77% 폭증…예산 과소 산정·설계 잦은 변경 원인
▲세종로공원 및 광화문광장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종로공원 종합정비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400억 원 넘게 불어나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하게 됐다. 하지만 정작 늘어난 예산의 90%는 지하주차장 개선에 쏠려 있고, 상부 역사·문화공원 정비에는 고작 7% 남짓만 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사업비 산정의 부실함과 잦은 설계 변경은 물론, 핵심 입지인 광화문 일대의 역사성과 경관을 도외시한 채 ‘주차장 리모델링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서울시의회에서 터져 나왔다.

6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균형발전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시계획균형위원회 박희정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금천2)은 세종로공원 정비사업의 급격한 예산 증액과 상부 공간 배치 계획의 구조적 허점을 집중 질타했다.


서울시가 지난 8월 제출한 변경계획안을 살펴보면, 총사업비는 당초 약 525억 원에서 930억 원으로 405억 원(77%) 급증했다. 증액 명목을 보면 설계 변경에 156억 원, 당초 사업비 과소 산정에 98억 원, 물가 상승 반영에 60억 원 등이 추가됐다.

초기 타당성 조사와 수요 분석 단계에서 기초적인 공사비조차 제대로 추산하지 못한 ‘졸속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예산 배분의 기형적인 구조다. 강석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의 답변에 따르면, 930억 원 중 90%에 달하는 약 830억 원이 지하주차장 진출입로 조정 및 시설 개선에 쓰인다. 공원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지상부 재조성에는 불과 7%(약 65억 원)만 배정됐다.

광화문 중심부에 위치한 주요 공원을 정비한다는 명분과 달리, 실상은 900억 원대 대규모 지하주차장 공사로 변질된 셈이다.

지상부 조형물과 기념시설의 ‘난립’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세종로공원은 조선시대 병조와 사헌부가 있었고 근대 한성전보총국이 자리했던 핵심 역사 거점이다. 2012년 재정비 당시 한말글수호기념탑과 한글글자마당 등이 들어섰으나, 최근 ‘감사의 정원’ 석재 열주 등이 추가되면서 공간의 통일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박 부위원장은 “한글글자마당에서 세종대왕 동상으로 이어지는 시각적 축선에 감사의 정원 석재 열주가 가로막아 서면서 기존 공간적 연계가 끊어졌다”며 “조형물을 무분별하게 덧붙이는 식의 배치를 벗어나, 전문가와 함께 기념시설 간 위계를 정리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열린 개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강 본부장은 지적을 인정하며 상부 공간 재조성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로공원은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화 사업과 직결된 핵심 부지다. 주차 편의 개선에 짓눌려 서울 도심의 역사성과 경관 철학이 실종되는 일이 없도록, 서울시의 전면적인 사업 재정비와 예산 집행 감시가 시급해 보인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