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보했던 국비의 절반 이상을 불용 처리해 반납한 데 이어 핵심 훈련 시설마저 대거 축소되면서, 당초 취지와 달리 ‘껍데기 훈련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함대건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은 지난 5일 열린 제340회 정례회 소방재난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공정관리 부실과 시설 축소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함 의원에 따르면, 당초 2025년 12월 준공 예정이던 실화재훈련장은 2027년 5월로 1년 5개월 지연됐다. 전체 사업 기간도 23개월에서 40개월로 대폭 늘어났다. 공기 지연의 여파로 확보해 둔 국비 13억 6,500만 원 중 절반이 넘는 54.8%(7억 4,770만 원)가 중앙정부로 반납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훈련 시설의 스펙을 낮췄다는 점이다. 소방재난본부는 부족해진 건축공사비 2억 1,800만 원을 메우기 위해 훈련시설 구축 예산을 전용했다.
이 과정에서 백드래프트(Backdraft·역화) 훈련장의 핵심 안전 자재인 ‘내화패널’이 전면 삭제됐다. 복합전술 훈련장의 컨테이너는 25개에서 22개로 줄었고, 다양한 발화 양상을 재현해야 할 화점실 역시 9곳에서 6곳으로 축소됐다.
함 의원은 “실화재훈련장은 실제 고온과 화염을 직접 겪어보며 현장 생존 능력을 체득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화염과 열기 시설을 깎아내고 연기 설비 따위로 때우려 든다면, 그것이 실화재훈련장인가 아니면 단순 연기체험장에 불과한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업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추가 예산 투입을 포함한 원상 복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 “실화재 훈련 없는 대원 배출, 참사 부르는 지름길”
소방방재 및 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예산 행정의 실패를 넘어 ‘소방관의 생존권 침해’와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대 건축물 화재는 가연성 단열재와 화학물질 등으로 인해 플래시오버(순간 전실화재)나 백드래프트 같은 이상 연소 현상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격렬하게 발생한다”며 “내화패널을 없애고 화점실을 줄인다는 것은 실제 고열과 화염의 물리적 거동을 관찰·제어하는 훈련 강도를 낮추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불과 열기를 모르는 채 연기만 맡아본 대원을 위험천만한 지하층이나 고층 건물 화재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한 재난안전 전문가는 “국비 매칭 사업에서 50%가 넘는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반납했다는 것은 사업 초기 설계와 공정 관리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자인한 꼴”이라며 “훈련 시설 예산을 깎아 토목·건축비 부족분을 메우는 주객전도식 행정은 결국 훈련장의 내구연한을 단축시키고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폭증시키는 전형적인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감사에서는 실화재훈련장 문제 외에도 서울 시내 30년 이상 된 노후 소방청사(38곳)와 협소 청사(18곳)의 개선책,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가산디지털단지역 일대 등 소방 사각지대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2024년 이후 해임된 의용소방대원(274명) 중 98.5%가 법정 의무 교육 미이수로 해임된 현실을 꼬집으며 형식적인 대원 관리 체계에 대한 쇄신 주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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