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강을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행처럼 퍼지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자면 약이라고 불리는 성분과 우리가 먹는 식품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으로, 건강을 위해서는 먹는 음식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말과 같다. 설탕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은 누구나 설탕이 식품의 한 종류이며, 여러 음식에 포함되고 또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설탕은 식품이기 전에 약으로 쓰였다. 고대 그리스도 교회에서는 부활절을 앞두고 단식을 하는 종교적 예절이 있었는데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때 물 이외에 그 어떤 음식도 먹지 못하게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설탕은 먹도록 허용했다. 왜냐하면 설탕은 ‘약’이었기 때문이다.그 당시는 설탕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몹시 비쌌다.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이 지치고 다쳤을 때 가장 먼저 처방해주는 약이 설탕이었다. 설탕은 체내에서 흡수가 빨리 이루어지고 원기를 보충해주기 때문에 지치거나 다친 병사들에게 설탕을 한 숟가락 먹이면 고통을 잊고 마음이 평온해져 금세 몸이 회복되는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인지 너도나도 빨리 설탕을 먹여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그러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설탕농장이 생겨나고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겨 먹기 시작한 것이다. 오히려 요즘은 단것을 너무 많이 먹어 당뇨병이 흔하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전통 생활 속에서도 음식이 약으로 쓰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늦봄에 매실로 진한 액을 만들어 두었다가 배탈이 나거나 속이 쓰릴 때 타서 먹으면 속이 상당히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감기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 배와 파 등을 꿀에 재워 먹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약을 따로 쓰지 않고 식품 자체를 약으로 활용하는 일에 능숙했던 것이다. 아이를 낳은 후 미역국을 먹고 잉어를 고아 먹는 전통적인 방식이 지금도 꾸준히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약이라고 분류하는 것들도 엄밀히 보면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에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식품 속에서 유용한 성분들을 따로 분리한 뒤 약이라고 이름을 붙여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유용한 성분만 분리해서 사용하다 보니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효과도 발생하게 된다. 결국 과학자들은 유용한 성분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성분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직장인들이라면 대부분 점심식사 후 책상 앞에서 꾸벅꾸벅 졸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맛있게 밥을 먹었으면 기운이 넘쳐 일이 더 잘되어야 할 텐데 왜 오히려 졸음이 찾아오는 것일까? 이것은 우리 몸이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아주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채 몇 번도 씹지 않고 삼키기 때문에 소화에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소화를 돕는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많은 양의 피가 위에 모여야 하고, 반대로 두뇌 활동에 써야 하는 피가 모자란다. 그러다 보니 두뇌 활동이 느려져 졸거나 낮잠을 자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식물성 기름이 몸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맛이 좋은 동물성 기름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 예로, 식물성 기름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뒤 많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즐겨 먹는 프렌치프라이를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여 튀기기 시작한 일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매장에서 매출액이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식물성 기름으로 튀기면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일부 메뉴를 제외한 나머지에 동물성 기름을 썼더니 원래의 매출액으로 회복되었던 사례가 있다.”미국의 통합의학, 약학의 선구자 앤드류 와일 박사는 그의 저서 <자연치유>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몸은 항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며, 균형이 깨어졌을 때 이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치유 시스템이 있다.” 그렇지만 이 치유 시스템도 한계점을 넘기면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평상시에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함은 자명하다. 우리 몸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의 주변에는 몸을 해칠 수 있는 수많은 질병과 장애요소가 자리 잡고 있으며, 여간해서는 건강을 챙기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신경 쓰고 노력한다 해도 사람의 힘으로 예방할 수 없는 일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을 가장 안정적이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이 방법은 아주 쉽고 올바른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좋은 음식일까?우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어야 한다. 아무리 영양가가 높고 몸에 좋은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했더라도 흡수가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또한 소화를 도와주는 효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는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다. “유기농이란 살균제·살충제 등의 농약과 화학비료, 성장 조절 호르몬제, 항생제, 가축사료 첨가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변형이나 방사선 살균을 거치지 않은 식품으로 자연 친화적인 방법만으로 각종 채소나 곡물을 재배한 것을 말한다. 유기농산물은 최소한 3년 이상 농약이나 유기합성 농약, 화학비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것이어야 한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나야 땅속에 남아 있던 잔류농약이나 비료 등 화학물질들이 분해되거나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비로소 깨끗한 농토에서 식품이 재배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꿀은 점도가 높아서 살균을 하기가 어렵다. 또 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간혹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과 같은 혐기성 세균이 꿀통 속에 번식하여 저장, 유통 과정에서 독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독소는 흔히 보톡스라고 알려진 성분으로 충분히 살균이 되지 못한 통조림 등에서 발견되며, 매우 적은 양만으로도 인체에 매우 치명적인 독이다. 그런 이유로 인하여 미국에서는 유아들에게 꿀을 절대로 먹이지 말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 전통 음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훌륭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고, 열량을 과잉 공급하지 않으며, 조리 방법 역시 저온에서 조리하여 영양소의 파괴를 최대한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는 고열량, 고온조리 방식의 서양 요리가 도입되면서 점차 원래의 완벽한 건강식품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의 대중화로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위암·대장암 등으로 고통을 받는 인구가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정해진 유통기한을 먹을 수 있는 한계치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품질한계를 넘어서 안전한계까지 가야 비로소 먹기에 부적당한 부패 내지 상한 상태의 음식물이 된다. 즉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매우 안전한 품질한계점보다도 더 짧게 선정하여 안전성에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우리가 먹는 첨가물 중에는 자연식품 속에 존재하는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식품첨가물로 구분하여 별도로 관리하는 것도 있다. 표고버섯이나 된장, 치즈 등에 함유된 에리스리톨은 단맛을 내며 자일리톨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성분이다. 이 에리스리톨은 절대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은 것이며 전통적으로 먹어 왔던 식품이나 발효식품 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다. 그런데 현재의 식품위생법(식품첨가물법)은 이런 것조차도 첨가해서는 안 되는 성분으로 규제 관리하고 있다. 식품첨가물의 범위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우리가 겪는 심각한 병들의 상당수는 가공식품 섭취의 증가와 잘못된 식습관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건강의 기본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 있다. 이제라도 잘못된 식문화를 벗어나 우리 원래의 건강한 식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우리 집 식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