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규모 부적정 사용이 적발돼 경찰 수사와 공개 사과까지 이어졌지만, 문제로 지적됐던 결제 업종이 다시 반복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관리 소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사진)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 18명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 골프장, 백화점, 주유소 등에서 법인카드를 총 1,496차례 사용했다. 결제 금액은 약 2억원에 달했다.
해당 사실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 적발됐고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축구협회는 대국민 사과문을 게시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제출된 자료에서는 백화점 결제가 218건, 총 2,602만5,980원, 주유소 결제가 300건, 총 5,188만2,527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유소 결제는 축구협회가 내부 공지를 통해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항목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 기술총괄이사·대표팀 감독까지 결제 내역에 포함
공개된 결제 내역을 보면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는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54만6,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명보 전 감독도 신세계백화점과 푸드마켓 등에서 16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백화점이나 푸드마켓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적 유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업무 관련 물품 구매나 공식 일정에 따른 지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축구협회가 각각의 결제에 대해 업무 연관성과 사용 목적을 투명하게 입증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느냐는 데 있다. 과거 동일한 문제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던 단체라면 더욱 엄격한 증빙과 공개 기준을 마련했어야 한다.
결제 장소보다 더 큰 문제는 사용 목적을 확인하기 어렵고, 논란이 발생한 뒤에야 일부 자료가 공개되는 구조다. 규정이 모호하고 사후 검증도 부실하다면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불신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양궁협회는 58개 업종 제한…축구협회는 구체적 기준 없어
대한축구협회의 법인카드 관리가 다른 종목 단체보다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양궁협회는 상품권과 주류는 물론 남녀 기성복, 선물용품, 액세서리, 레저용품, 피부미용실, 스포츠마사지 등 58개 업종을 법인카드 제한 업종으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축구협회 내부 지침에는 백화점이나 아동복 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명확한 제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카드는 사용자의 양심에만 맡길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제한 업종과 승인 절차, 증빙 요건, 사후 감사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규정이 느슨하면 사용자는 업무 목적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고, 관리자는 명확한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10년 전 대규모 부적정 사용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재발 방지 약속이 형식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용 내역 공시도 부실…홍명보 감독 내역 누락 논란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사후 관리와 공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양궁협회와 대한육상연맹 등 일부 종목 단체는 매년 3월까지 임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관련 내역을 공시하지 않다가 2024년 8월 대한체육회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축구협회는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공시했다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임원 사용 내역을 게시했다. 이 과정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공개 자료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카드 사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관리하고 공개하는 절차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업무 지출이었다면 사용 목적과 증빙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공시 대상이 누락되거나 뒤늦게 자료가 수정되면 불필요한 의혹만 키우게 된다.
특히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운영과 각종 국제대회, 유소년 축구 지원 등 공적 성격이 강한 업무를 수행한다.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영향력이 큰 단체인 만큼 일반 사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과거 사과보다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 시스템
이번 논란은 과거와 동일한 유형의 문제가 왜 반복됐는지를 묻고 있다.
대국민 사과문은 당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공식적인 책임 표명이었다. 그러나 제한 업종조차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사용 내역 공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그 약속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진선미 의원은 “법인카드 사용 기준부터 다른 종목 단체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공시조차 제대로 못 하는 관리 체계를 전면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백화점과 주유소 결제 건별로 업무 관련성을 설명하고, 증빙 자료와 승인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공개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문제가 확인될 경우 환수와 징계 등 후속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법인카드 제한 업종을 세분화하고, 일정 금액 이상 결제에 대한 사전 승인제와 정기 감사, 사용 내역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감독이나 고위 임원이라는 이유로 공시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은 또 한 번의 사과문이 아니다. 누가 사용하더라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명확한 규정과 투명한 공개, 잘못된 지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다.
10년 전과 비슷한 논란이 다시 불거진 지금, 축구협회가 보여줘야 할 것은 해명이 아니라 내부 통제 시스템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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