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사업이 반복적으로 실패하거나 기대 이하의 성과에 그치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의 데이터로 수립한 고정된 자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수억 원의 공공 예산을 투입해 거점 앵커 시설을 짓는 사이 상권의 성격은 변하고, 인구이동의 결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필요한 인공지능의 역할은 화려한 3D 시각화나 교통 관제에 머무는 디지털 트윈이 아닌 도시의 물리적·경제적 미세 변화를 추적해 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동적 도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적인 AI 도입의 첫걸음은 필지 단위의 노후화 및 공실 전조 증상 예측이다. 지금까지의 도시 쇠퇴 진단은 인구·사업체 데이터에 기반해 사후 처방에 가까웠다.
반면, 수도·전력 사용량, 소상공인 매출 변동률, 통신사 생활인구의 체류 시간 데이터를 다변량 시계열 모델로 결합하면 특정 건축물이나 가로가 상업적·물리적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쇠퇴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이는, 공공이 대규모 철거나 획일적인 리모델링 지원을 결정하기 전, 정확한 지점에 선제적 개입을 가능하게 만든다.
나아가 인공지능은 경직된 용도지역제를 대체하는 성능 기반 규제의 실행 도구가 될 수 있다. 현행 법제도상 구도심 내 건축물의 용도 변경과 용적률 완화는 행정 절차가 복잡해 민간의 자발적 재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구역 내 보행량, 탄소 배출량, 기반시설 용량 부하도를 실시간 연산하는 AI 모델을 도입하면 특정 건축물이 주거에서 근린생활시설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될 때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즉각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 환경적 부하가 적고 지역 활성화 기여도가 높은 사업자에게는 추가 용적률이나 인센티브를 즉시 승인하는 유연한 도시 거버넌스가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는 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완화와 공공 기여금 산정에서도 AI는 이해관계 조율의 현실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민간 리모델링으로 발생하는 지가상승 이익과 임대료 인상 압력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여 임대인에게는 공공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조건부로 연계하고 임차인에게는 업종 중복을 피한 최적의 테넌트 믹스를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막연한 상생 협약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기대수익 모델이 제시될 때 자본 유입과 원주민 정착 사이의 타협점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도시재생에서 AI의 본질은 스마트 도시라의 외형을 갖추는 것이 아닌 도시계획의 주기를 연 단위의 규모 있는 계획에서 일 단위의 정밀한 정책 미세 조정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공공이 보유한 공간 데이터와 민간의 실시간 활동 데이터를 결합해 규제와 지원 제도를 유연화할 때 비로소 도시재생은 예산 소진형 사업에서 벗어나 자생적인 회복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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