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1410건 적발하고 ‘몇 건 고쳤나’는 없다…서울시 안전점검 실효성 도마”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03 20:10:14 댓글 0
도시기반시설본부 안전지수 평균 84.6점…평균에 가려진 취약 현장 관리 필요
60점 이하 현장 행정지도·책임감리 교체 사례도…반복 위반업체 제재 강화 주문

환경안전전문가 “적발 숫자보다 위험요인 제거 여부가 안전관리 성과 기준 돼야”

서울시 도시철도 건설현장에서 올해 7월까지 297차례의 안전점검을 통해 1410건의 지적사항이 확인됐지만, 정작 이 가운데 몇 건이 실제로 시정됐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수치는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장 안전관리의 성과를 ‘얼마나 많이 점검했느냐’와 ‘몇 건을 적발했느냐’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발견된 위험요인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제거됐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체 현장의 안전지수 평균이 84.6점으로 나타났지만 평균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개별 취약현장의 위험성이 가려질 수 있는 만큼 안전지수 하위 현장과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를 지적받는 업체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 이광희 의원(더불어민주당·양천3)은 지난 2일 제339회 임시회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 업무보고에서 도시철도 건설현장 안전점검을 단순한 점검·지적 건수 중심에서 실질적인 시정과 사후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사진자료=ChatGPT 생성

297회 점검·1410건 지적…그런데 ‘시정완료 건수’는?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올해 7월 말까지 공사장 안전점검을 총 297회 실시했다.

이를 통해 확인된 지적사항은 모두 1410건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 차례 점검할 때 평균 약 4.7건의 문제점이 발견된 셈이다.

그러나 안전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지적 건수 자체가 아니다.

현장에서 발견한 위험요인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개선되지 않은 사항은 무엇인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는지를 확인해야 점검의 실질적인 효과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업무보고에 1410건의 지적사항 가운데 실제 시정이 완료된 건수가 제시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앞으로 업무보고에는 지적 건수뿐만 아니라 시정완료 건수와 시정완료율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임춘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지적사항은 대부분 시정됐다”며 구체적인 현황은 별도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부분 시정됐다’는 설명만으로는 안전관리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1410건 가운데 몇 건이 즉시 시정됐고, 몇 건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는지, 미시정 사항 가운데 중대한 위험요인은 없는지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안전점검 목적은 ‘적발’ 아닌 ‘위험 제거’

환경·산업안전 전문가들도 안전점검의 성과지표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환경안전 전문가는 “안전점검에서 100건을 발견했느냐, 1000건을 발견했느냐는 그 자체로 안전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 어렵다”며 “핵심은 발견된 위험요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제거됐는지, 개선 이후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정리정돈이나 표지판 문제와 추락·붕괴·감전 등 중대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위험요인을 동일한 한 건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며 “지적사항을 위험도에 따라 구분하고 중대 위험요인은 별도의 시정기한과 재점검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전점검 이후 시정 여부를 서류나 사진만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대 위험요인의 경우 현장을 다시 방문해 실제 개선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전점검이 ‘적발→시정 요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발→시정→재점검→종결’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 84.6점…높은 평균이 위험현장 가릴 수도

이 시의원은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운영하는 안전지수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안전지수 평균점수는 84.6점이다.

그러나 전체 평균이 80점대를 기록했다고 해서 모든 공사현장이 비슷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부 현장이 높은 점수를 받아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동안 특정 현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평균점수가 높다고 해서 모든 현장의 안전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안전지수가 낮거나 동일한 사항을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취약 현장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안전관리에서 평균보다 ‘최저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전체 평균점수가 높더라도 중대사고 가능성이 있는 취약현장이 한두 곳 존재한다면 안전관리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안전지수 60점 이하 현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와 행정지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안전 상태가 개선되지 않아 책임감리를 교체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문제 반복된다면 점검 실효성 의문

반복 지적 여부도 중요한 안전관리 지표다.

한 현장에서 같은 문제가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발견된다면 첫 번째 점검 이후 이뤄진 시정조치가 일시적이었거나 현장 안전관리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추락방지시설이나 안전통로, 보호구 착용 등의 문제가 반복된다면 단순히 그때마다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

환경안전 전문가는 “동일한 위험요인이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개별 작업자의 실수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복 위반이 확인된 시공업체나 감리업체는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일정 기준을 넘으면 계약이나 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위험·작업중지·반복 위반까지 공개해야

이 의원은 향후 도시기반시설본부 업무보고에서 보다 구체적인 안전관리 지표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단순한 점검 횟수와 지적 건수를 넘어 시정완료율과 중대위험 지적 건수, 작업중지 건수, 반복 지적률, 안전지수 하위 현장 현황, 반복 위반업체와 제재 현황까지 함께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료가 공개된다면 어느 공사현장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지적받고 있는지, 중대한 위험요인이 실제로 얼마나 발생했는지, 서울시가 문제 업체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의회와 시민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작업중지 건수는 현장의 위험 수준과 서울시의 대응 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즉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요인이 발견됐는데도 단순 시정 요구에 그쳤는지, 실제 작업을 중단시키고 위험요인을 제거한 뒤 공사를 재개하도록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건 찾았나보다 몇 건 바로잡았나가 중요”

이 의원은 “297번 점검해 1410건을 찾아냈다면 의회와 시민이 알아야 할 것은 몇 건을 찾아냈느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건을 실제로 바로잡았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은 아무리 많이, 꼼꼼하게 점검해도 지나치지 않는 만큼 지적부터 시정, 반복 여부 확인, 업체 제재까지 이어지는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수많은 건설현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모든 현장을 매일 점검할 수 없는 만큼 한정된 인력과 행정력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 현장의 평균점수보다 안전지수가 낮은 현장, 중대위험이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현장, 시정완료율이 낮은 현장, 같은 사항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업체를 우선 관리하는 위험도 기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안전점검 횟수가 많다고 해서 사고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점검에서 위험요인을 발견하고도 제대로 고치지 않거나 며칠 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수백 차례의 점검도 결국 숫자에 그칠 수 있다.

297회의 점검과 1410건의 지적보다 서울시가 앞으로 더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숫자는 ‘몇 건을 바로잡았고, 몇 건이 다시 발생했으며, 위험한 현장과 업체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다.

공사장 안전관리의 성과는 점검표에 남은 적발 건수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사라진 위험요인의 숫자로 평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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