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불꽃 뒤에 숨은 '밤섬의 비명'… 서울시는 더 이상 방관자여선 안 된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04 13:56:49 댓글 0
매년 가을 여의도 밤하늘을 수놓는 세계불꽃축제는 수백만 시민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서울의 대표 축제다. 그러나 화려한 폭죽이 터지는 순간,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람사르 습지 '밤섬'에서는 생존을 위협받는 도심 속 야생동물들의 절규가 시작된다.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노연수 의원(사진)이 제339회 임시회에서 지적했듯, 단 몇 시간 동안 10만 발의 폭죽이 터지며 발생하는 100~130dB의 소음과 유해 물질, 그리고 수십 톤의 탄소 배출은 생태계 보전지역인 밤섬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고 있다.

 


'수익은 민간, 피해 회복은 세금?'… 서울시의 책임 방기

 

이번 지적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공공의 자산인 한강과 밤섬을 담보로 한 민간 기업의 상업 활동' 구조다. 최근 불꽃축제 주최 측은 유료 좌석 판매 등을 통해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행사 후 발생하는 소음·수질·토양 오염 회복과 생태계 영향에 대한 비용은 온전히 공공의 몫으로 남아있다.

 

서울시는 행정적 사용 허가권을 쥐고 있음에도, 그간 축제의 화려함에 가려 환경적 부정적 영향을 방치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간 주최 측에 밤섬 생태계 유지·복원 비용에 상응하는 '실질적 장소사용료'를 부과하고, 이를 생태계 보전기금으로 환원하는 행정조치는 지극히 합리적인 요구다.

 

"단순 소음 넘어 서식지 파괴… 친환경 드론쇼 전환 시급“

 
환경전문가들은 폭죽 발사가 밤섬 조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 놀람에 그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한 생태전문가는 "100dB이 넘는 폭죽 소음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1만여 마리의 새들에게 극심한 패닉을 유발해 야간 교란, 건물 및 수풀 충돌 사고, 나아가 번식 포기와 서식지 영구 이탈로 이어진다"며 "연소 후 떨어지는 중금속 잔재물과 미세먼지 역시 밤섬의 수질과 토양을 장기적으로 오염시킨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과 생태계 보호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세계적 트렌드인 '친환경 드론쇼'나 '무소음·저탄소 불꽃'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발사 위치를 밤섬에서 더 멀리 조정하는 임시방편을 넘어, 축제 전후 생태계 정밀 실태조사를 의무화하고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려한 축제와 생태계의 상생을 향해

 미래한강본부장이 "균형점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답한 만큼, 서울시는 조속히 실천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도심 속 마지막 생태계의 보고를 희생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민간 기업의 책임 있는 비용 부담과 서울시의 친환경 축제 대안 마련만이 '밤섬의 비명'을 멈추고 축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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