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태양광의 약점이던 ‘밤’, 배터리가 해결하기 시작했다

안영준 기자 발행일 2026-09-04 07:41:22 댓글 0
- 2025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100여 년 만에 석탄 추월
- 태양광·풍력이 전력수요 증가분의 99% 담당…화석연료 발전량 0.2% 감소
- ESS 가격 45% 급락했지만 전력망·장주기 저장·석탄발전 퇴출은 여전히 과제
낮에만 전기를 생산한다는 태양광의 오랜 약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낮 동안 남는 태양광 전력을 저장했다가 저녁과 밤에 꺼내 쓰는 대형 배터리 저장장치가 빠르게 보급되면서다.


▲ 태양광을 저장해 밝히는 도시(사진출처=AI ChatGPT 생성)


2025년 세계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역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을 통과했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저탄소 전력 증가량이 세계 전력수요 증가분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석탄을 추월했다. 

경제위기나 감염병으로 전력수요가 줄어든 상황이 아니라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화석연료 발전량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에너지 연구기관 Ember가 발표한 ‘세계 전력 보고서 2026’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전력수요는 전년보다 849TWh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각각 636TWh와 205TWh 늘었다. 두 전원 증가량을 합치면 841TWh로, 세계 전력수요 증가분의 약 99%에 해당한다.

Ember 세계 전력 보고서 2026에 따르면 원자력과 수력 등까지 포함한 저탄소 전력 증가량은 887TWh에 달해 전체 전력수요 증가분을 넘어섰다. 늘어난 전력 소비를 청정전원이 모두 충당하고도 남았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 33.8% … 석탄 33.0% 첫 추월

2025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1만730TWh로 전체 발전량의 33.8%를 차지했다. 석탄발전 비중은 33.0%로 떨어졌다. 현대적인 세계 전력 통계상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넘어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태양광 발전량은 1년 만에 30% 증가한 약 2778TWh를 기록했다. 세계 전력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4.6%에서 2025년 8.7%로 3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다.

태양광 발전 증가량 636TWh는 영국의 연간 전력소비량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태양광 하나만으로 세계 전력수요 증가분의 약 75%를 충당했다.

반면 세계 석탄발전량은 약 63TWh 감소했다. 가스발전은 일부 지역에서 증가했지만 전체 화석연료 발전량은 전년보다 약 38TWh, 비율로는 0.2% 줄었다. 감소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전력수요가 증가한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청정전력이 화석발전을 밀어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2009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에도 화석연료 발전량은 감소했다. 당시에는 경기침체와 이동 제한으로 전력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25년에는 세계 전력수요가 2.7%가량 늘었는데도 화석연료 발전이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증가가 경기불황의 결과가 아니라 발전 기술과 비용구조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 가격 45% 하락 … 태양광에 ‘시간’을 더하다

태양광은 저렴하고 설치가 빠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발전하고, 전력수요가 높아지는 저녁에는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덕 커브’ 문제다.

태양광이 많이 설치된 지역에서는 정오에 전기가 남아 발전을 강제로 중단하면서도, 해가 진 저녁에는 가스나 석탄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는 이 시간 차이를 줄인다. 전기가 남는 낮에 충전하고 수요와 가격이 오르는 저녁에 방전한다. 태양광에 발전량뿐 아니라 발전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셈이다.

2025년 전력망용 고정식 배터리 팩의 평균 가격은 1kWh당 약 70달러로 전년보다 45% 떨어졌다. 다만 모든 종류의 배터리 평균가격이 45% 하락한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NEF 배터리 가격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용을 포함한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팩의 평균가격 하락률은 약 8%였고, 고정식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에서 45%라는 가장 큰 하락이 나타났다. 

가격 하락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과 치열한 시장경쟁, 제조 효율 향상,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화재 안정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보급이 영향을 미쳤다.

Ember는 2025년 세계 배터리 저장장치 설치량을 약 250GWh로 추산했다. 전년보다 46% 증가한 규모다. IEA는 출력 기준으로 2025년 세계에서 새로 설치된 배터리 저장설비를 108GW로 집계했다. 전년보다 약 40% 늘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전체 설치 규모가 11배로 커졌다.

IEA 배터리 저장장치 분석에 따르면 2025년에 설치된 신규 배터리는 같은 해 새로 증가한 태양광 발전량의 약 14%를 정오에서 다른 시간대로 옮길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모든 태양광을 밤까지 저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태양광과 배터리가 하나의 발전 패키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중국과 인도에서 동시에 줄어든 석탄발전

세계 전력 전환의 중심에는 중국과 인도가 있다. 두 나라는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의 2025년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약 4000만톤, 0.7%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석탄발전량은 약 1.6% 줄었다. 중국은 2024년 이미 2030년 풍력·태양광 설비 목표를 6년 앞당겨 달성했으며, 2025년에도 세계 태양광 증가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인도의 석탄발전량도 2025년 약 3% 감소했다. 코로나19 충격을 제외하면 반세기 만에 나타난 이례적인 감소다.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가 전력수요 증가를 웃돌면서 석탄발전 가동률을 낮춘 결과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배출 감소를 곧바로 구조적 탈석탄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인도는 2025년 비교적 온화한 기온과 전력수요 증가세 둔화, 수력발전 증가의 영향을 함께 받았다. 상반기 화석연료 발전 감소분 가운데 약 65%가 수요 증가 둔화, 20%가 청정에너지 설비 확대, 15%가 수력발전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이 급증했지만 석탄발전소 건설도 계속됐다. 2025년 새로 제안되거나 재추진된 중국의 석탄발전 사업은 161GW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발전량은 줄었어도 석탄발전 설비 자체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 재생에너지와 공존하는 석탄발전소(사진출처=AI ChatGPT 생성)


발전량 감소와 발전소 폐쇄는 다른 문제

재생에너지가 전력수요 증가분을 충당하면 기존 화력발전소의 가동시간은 줄어든다. 그러나 발전량이 줄었다고 발전소가 자동으로 폐쇄되는 것은 아니다.

석탄발전소는 건설비를 회수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발전량이 감소하더라도 전력회사는 투자비 회수와 지역 고용, 전력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 

정부가 화력발전소에 비상 대기와 공급능력 유지를 이유로 별도의 보상금을 지급하면 발전량이 줄어도 시설은 계속 남는다.

중국은 석탄발전을 태양광과 풍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예비전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새 석탄발전소가 대거 건설되면 투자비 회수를 위해 일정 시간 이상 가동해야 한다는 압력이 생긴다. 결국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한하거나 탄소배출 감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

2025년 세계 석탄발전량이 감소했지만 세계 석탄발전 설비의 순폐쇄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밖에서도 석탄발전소 폐쇄가 늦어지면서 석탄발전 설비가 순증했다. 재생에너지의 ‘증가’와 화석연료의 ‘퇴출’이 서로 다른 정책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배터리가 모든 밤을 책임질 수는 없다

현재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2∼4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데 적합하다. 낮의 태양광을 저녁 피크 시간으로 옮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흐린 날이 며칠 이어지거나 바람이 장기간 약해지는 상황, 계절 간 전력 이동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더 높아지면 배터리뿐 아니라 양수발전, 장주기 에너지저장, 수소, 열에너지 저장, 국가 간 송전망, 전기차 충전시간 조절과 같은 수요반응이 함께 필요하다.

또 다른 병목은 전력망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빠르게 건설해도 송전망이 부족하면 생산한 전기를 소비지역으로 보낼 수 없다. 전력망이 수용하지 못해 발전을 중단하는 출력제한도 늘어난다.

IEA는 2030년까지 늘어날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를 수용하려면 현재 연간 약 4000억달러 수준인 세계 전력망 투자를 약 50%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발전설비 건설 경쟁이 전력망·변전소·저장장치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격 하락 뒤에 숨은 공급망 집중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는 세계 재생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만든 핵심 동력이다. 동시에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된 공급망은 새로운 위험이 되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 웨이퍼·셀·모듈과 배터리 핵심 소재, LFP 배터리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중 무역갈등이나 자원 수출 통제가 심화하면 가격 하락세가 멈추거나 각국의 에너지전환 속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원료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훼손과 수질오염, 노동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사용 후 배터리의 회수·재사용·재활용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탄소를 줄이기 위해 보급한 배터리가 또 다른 폐기물 문제가 될 수 있다.

배터리 화재 안전성과 보험비용, 폐배터리 소유권, 재활용 원료의 품질기준도 대규모 보급 이전에 정비해야 할 과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4600GW 추가 전망

IEA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약 4600GW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직전 5년간의 증가량보다 두 배 많고 중국·유럽연합·일본의 전체 발전설비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IEA ‘Renewables 2025’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80%를 태양광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치기간이 짧고 대형 발전단지부터 공장·상가·주택 지붕까지 다양한 규모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투자는 2025년 약 4500억달러로 세계 에너지 투자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단일 분야가 됐다. 배터리 저장장치 투자도 65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030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를 세 배로 확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중국의 보조금·가격제도 개편, 높은 금리, 개발도상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성장 전망을 낮추고 있다.


한국에도 필요한 ‘태양광 이후’의 정책

한국도 태양광 설비 숫자를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전력 전환을 완성할 수 없다. 발전설비와 함께 지역 간 송전망, 변전소, 분산형 저장장치, 산업체 수요반응 시장을 동시에 확대해야 한다.

전력 생산이 많은 시간대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공장 설비를 가동하며, 전력 부족 시간대에는 사용량을 줄이는 요금제도도 필요하다.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전력시장에 독립적으로 참여해 전력 저장과 계통 안정화의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 발전소의 감축 일정도 명확히 해야 한다. 화력발전소의 폐쇄계획 없이 재생에너지만 늘리면 발전설비 과잉과 송전망 혼잡, 출력제한 비용이 커질 수 있다.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의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방세수 감소에 대한 전환 지원도 필수다. 탈석탄은 발전소 문을 닫는 행정명령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고용, 지역경제를 함께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자의 시선 "태양광은 이겼지만 석탄은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

2025년의 세계 전력 통계는 기후위기 대응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흔들었다. 태양광과 풍력은 늘어난 세계 전력수요의 거의 전부를 충당했고, 배터리는 태양광 전기를 밤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화석연료를 보완하는 주변 전원이 아니라 세계 전력시장의 성장을 책임지는 주력 전원이 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석탄의 발전 비중을 추월했다는 사실과 석탄발전 시대가 끝났다는 말은 같지 않다. 

2025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새 석탄발전소가 건설됐고 기존 발전소의 폐쇄는 늦어졌다. 배터리가 옮길 수 있는 전력도 신규 태양광 증가분의 약 14%에 그쳤다.

태양광의 첫 번째 혁명은 값싼 전기를 대량 생산한 것이었다. 두 번째 혁명은 배터리와 전력망을 통해 그 전기를 필요한 시간과 장소로 옮기는 일이다. 

세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혁명은 청정전력 증가를 석탄·가스발전소의 실제 폐쇄로 연결하는 정치적 결정이다.

이제 질문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이미 그 단계는 넘어섰다. 

앞으로의 질문은 늘어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얼마나 빠르고 공정하게 퇴장시킬 수 있느냐다. 그 답에 따라 2025년은 탈탄소 전환이 시작된 해로 기록될 수도,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가 함께 팽창한 또 하나의 해로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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