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용산 미군반환부지 가운데 본체부지 외곽을 활용해 최소 1만3천호에서 최대 2만호 규모의 청년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서울의 주택난과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고려하면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간 미군기지로 사용돼 토양·지하수 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용산공원 부지를 대규모 주택공급 대상지로 활용하는 문제는 공급 물량이나 속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훼손부지’ 개발 어디까지…용산구 “공원 전체 잠식 우려”
용산구에 따르면 정부·여당에서 검토되는 공급 대상은 용산어린이정원과 방위사업청 부지, 군인아파트 및 장교숙소 부지 등 용산공원 본체부지 외곽이다.
용산구는 이들 지역을 이른바 ‘훼손부지’로 분류해 개발할 경우 공원 조성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체부지 안에도 기존 건축물이 산재해 있는 만큼 같은 논리를 확대 적용할 경우 향후 개발 대상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추진돼 온 국가공원 조성 취지를 고려하면 주택공급을 위해 일부 지역의 용도를 변경하는 문제는 단순한 부지 활용 차원을 넘어 공원의 장기적인 성격과 범위를 바꾸는 사안이다.
용산공원은 서울 도심의 대규모 녹지라는 의미뿐 아니라 오랜 기간 외국군 주둔지로 사용된 역사적 특수성을 가진 공간이다. 따라서 개발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공원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시민에게 돌아갈 공공적 편익까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토양 전문가 “주택 건설 앞서 오염 범위와 정화 가능성부터 확인해야”
특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토양과 지하수의 안전성이다.
용산구는 지난 4월 녹사평역 주변 지하수 수질검사에서 기준치를 335배 초과한 벤젠이 검출됐다는 점을 들어 미군기지 내부에 대한 정밀한 환경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양환경 전문가들은 오염이 의심되는 부지에 대규모 주택을 건설하려면 단순히 일부 지점의 측정 결과만으로 안전성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오염물질의 종류와 농도, 수직·수평적인 오염 범위, 지하수 이동에 따른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뒤 정화 방법과 소요 기간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굴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토를 외부로 반출할 경우 운반 과정의 비산먼지와 교통량 증가, 처리지역에서의 2차 환경부담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개발이 가능한가’보다 ‘어떤 수준까지 정화해야 시민이 장기간 거주해도 안전한가’를 먼저 확인하는 데 있다.
주택 전문가 “2만호 숫자보다 실제 공급 시기·비용 따져봐야”
주택정책 측면에서도 보다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주택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의 공급 부족과 높은 주거비를 고려할 때 역세권과 유휴 국공유지 등 가용 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이견이 크지 않다고 본다. 특히 청년층을 위한 부담 가능한 주택을 직주근접 지역에 공급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다.
다만 용산공원처럼 환경정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지는 일반적인 유휴 국공유지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1만3천~2만호라는 공급 규모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토양정화 비용과 기간, 기반시설 확충비, 교통대책, 공원 축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해 실제 공급 효과를 따져야 한다.
환경정화와 도시계획 변경, 기반시설 조성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신속한 주택공급’이라는 정책 목표와 실제 입주 시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주택공급과 국가공원, 양자택일 접근 벗어나야
용산구는 여의도공원이나 올림픽공원, 서울숲을 주택공급을 이유로 개발하기 어려운 것처럼 용산공원 역시 미래세대에 남겨야 할 국가적 자산이라는 입장이다. 대신 역세권 고밀개발과 유휴 국공유지 활용,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을 대체 공급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분명하다. 서울의 주택 부족과 청년 주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그렇다고 주택공급이라는 명분만으로 한번 조성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국가공원의 미래를 충분한 검증 없이 결정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용산공원 문제에서 필요한 것은 ‘개발이냐 보존이냐’라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정부가 실제 주택공급안을 추진한다면 정확한 대상 부지와 공급 규모, 토양오염 조사 결과, 정화 비용과 기간, 교통·환경영향, 대체 주택공급지와의 경제성까지 공개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먼저다.
특히 시민의 장기 거주 공간이 될 주택이라면 토양과 지하수 안전 문제에는 정치적 타협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주택은 다른 부지에서도 공급할 수 있지만 훼손된 국가공원의 역사·생태적 가치는 되돌리기 어렵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이번 논쟁은 결국 서울에 몇 채의 주택을 더 공급하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공급의 시급성과 환경안전, 국가공원의 공공성 가운데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 것인지 정부가 객관적인 자료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답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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