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시장 변동성 낮추고 메탄규정 일부 1년 연기…“에너지값 대응”

유승철 기자 발행일 2026-10-16 13:56:58 댓글 0
시장안정화준비제도 개편 입법 가속…탄소가격 급등 완화하되 ETS 가격신호는 존치
메탄 수입 규정의 보고·검증 의무는 1년 늦추는 방안 지지…EU 집행위 제안 후속 협상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유럽연합(EU)이 높은 에너지 가격과 산업경쟁력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시장 가격변동을 줄이고, 석유·가스·석탄 수입에 적용되는 메탄 규정의 일부 의무를 한시적으로 늦추는 방향으로 정책조정을 추진한다.

다만 EU 정상들은 배출권거래제(ETS)의 탄소가격 신호와 에너지전환의 핵심 역할은 유지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EU 정상들은 15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가계와 산업,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상들은 시장안정화준비제도(MSR) 개편 입법을 서둘러 탄소가격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고, ETS2의 설계와 안전장치가 미치는 영향을 집행위원회가 다시 평가하도록 촉구했다. 동시에 기존 ETS는 산업의 탈탄소 투자를 유도하는 핵심 수단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 2026년 10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 정상회의 라운드테이블. (출처 : European Union)


EU ETS는 발전·산업 등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가격을 매기는 제도다. 배출권 수급이 지나치게 느슨하거나 빡빡해 가격이 급등락하면 기업의 투자 판단과 전력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영되는 MSR은 시장에 남는 배출권이 많을 때 일부를 흡수하고 부족할 때 다시 풀 수 있도록 설계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4월 MSR의 안정기능을 강화하는 개편안을 제안했고, 7월에는 ETS 전반 개정안도 내놨다.

EU 정상회의 결론은 탄소가격 자체를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뒀다. 정상들은 탄소누출을 막고 산업경쟁력을 지원하면서 탄소가격의 변동성과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장기반 탄소가격이 투자와 혁신을 이끄는 기능은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메탄 규정은 일부 시행시점을 늦추는 쪽으로 조정된다. EU 집행위원회는 14일 천연가스·석유·석탄 수입업자에게 적용되는 모니터링·보고·검증 의무와 메탄집약도 보고 의무 일부를 1년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럽이사회는 이 제안을 환영했다. 집행위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공급불안 속에서 수입업자와 행정당국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기는 메탄 규정 전체를 폐기하거나 목표를 낮추는 조치는 아니다. 집행위원회는 규정의 적용범위와 기후목표는 유지한 채, 일부 보고 관련 의무의 시행만 1년 늦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U 메탄 규정은 에너지 부문의 메탄 누출을 줄이기 위해 측정·보고·검증과 누출 탐지·수리, 수입 화석연료의 메탄정보 공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구조다.

정상회의는 단기적인 가격안정 조치와 함께 장기적인 에너지전환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전원, 전력망, 저장장치, 전기화, 에너지효율 투자를 확대해 변동성이 큰 화석연료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결국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이번 결정은 EU 기후정책이 에너지안보와 산업경쟁력 압박 속에서 ‘속도조절’ 국면에 들어갔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방향 자체가 후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ETS의 기본 구조는 유지되고 메탄 규정도 일부 의무만 연기되는 만큼, 앞으로의 쟁점은 규제완화가 실제로 에너지비용을 낮추면서도 배출감축 신호를 약화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느냐에 모일 전망이다.

향후 시장안정화준비제도 개편안과 메탄규정 연기안은 유럽의회와 회원국 간 입법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제 시행 시점과 세부 안전장치는 이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탄소시장 안정성과 에너지비용, 산업경쟁력, 기후목표를 동시에 맞추려는 EU의 정책조정이 어느 수준에서 균형점을 찾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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