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NH포인트 2,445억 잠자는데…지역화폐 전환은 고작 26억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6 14:24:23 댓글 0
시스템 구축비·운영사 연계 문제에 발목…지역상생 취지 살리려면 농협중앙회 적극 나서야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 농협의 NH포인트 미사용 잔액이 2,445억원을 넘어섰지만, 지역화폐 전환 실적은 누적 26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소비로 연결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확대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그치면서 농협의 지역상생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협이 전국적인 금융·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지역화폐 전환 서비스가 45개 지방자치단체에만 연계돼 있어 소비자의 포인트 활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성범 의원(사진)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범농협의 미사용 NH포인트 잔액은 2,445억 1천만 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농협이 2023년부터 시행한 NH포인트의 지역화폐 전환 서비스 누적 실적은 올해 8월까지 26억 2천만 포인트에 그쳤다. 현재 미사용 잔액과 비교하면 약 1.1% 수준이다. 다만 누적 전환액과 특정 시점의 잔액을 비교한 수치인 만큼 전체 포인트의 실제 전환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도별 전환 실적은 2023년 1억 9천만 포인트에서 2025년 11억 200만 포인트로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8억 2,900만 포인트가 전환되면서 이용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미사용 포인트 규모를 고려하면 지역화폐 전환 서비스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지역화폐 전환 서비스가 지자체별 운영체계에 따라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 지역상생 차원에서 별도의 전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지자체와 농협 간 협약을 체결하고, 지역화폐 운영사와 농협의 전산시스템을 연결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지역화폐 운영사와 계약한 지자체는 프로그램 개발비용과 시스템 연계 부담이 커 서비스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지자체별 시스템 구축 여건에 따라 서비스 이용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는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농협 내부 운영 측면에서도 지역화폐 전환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단순히 전환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만으로는 서비스 확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자체와 운영사 간 전산 연계를 지원할 수 있는 공통 시스템 마련과 구축비 부담 완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협중앙회가 개별 지자체와 운영사의 협의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의 서비스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농협은행과 지역 농·축협 등 범농협 조직의 협력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농협 측의 공식 입장과 관련해서도 지역화폐 전환이 지연되는 구체적인 원인과 전국 확대 목표, 시스템 구축비 지원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농협이 향후 몇 개 지자체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포인트를 거주지역의 전통시장이나 동네 상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NH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해당 지역의 지역화폐와 연계되지 않았다면 전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농협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거주지역에 따라 포인트 사용 선택지가 달라지는 셈이다.

특히 포인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디지털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전환 절차를 간소화하고, 농협 영업점 등을 통한 이용 안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화폐 전환이 확대되면 소비자는 기존 포인트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지역 소상공인은 추가적인 소비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포인트 전환이 실제 골목상권 매출 증가로 이어졌는지는 별도의 사용 실적 분석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김성범 의원은 농협이 지역상생 차원에서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국 확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사용되지 않고 쌓여 있는 포인트가 동네 가게와 전통시장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길을 넓혀야 한다”며 “농협중앙회가 범농협의 포인트와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확대 과제를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도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서비스 확대에 필요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협의 NH포인트는 소비자가 금융·유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적립한 혜택이라는 점에서 활용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미사용 포인트가 상당한 규모로 누적된 상황에서 지역화폐 전환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만 제공하는 것은 지역상생이라는 정책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농협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공적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조직이다. 지역화폐 전환 확대가 단순한 금융 부가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소비 기반을 넓히는 수단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관건은 농협중앙회의 실행 의지와 관계부처의 지원 여부다. 농협이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도 지자체별 시스템 연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역화폐 전환 서비스 확대는 더딜 수밖에 없다.

2,445억원이 넘는 미사용 포인트를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활용하고 지역상권의 소비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농협이 전국 확대 일정과 시스템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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