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먼저 찾아간 오후
'소리정원'은 이름 앞에 '찾아가는 연주회'를 달고 있다. 공연장으로 사람을 부르기보다, 음악이 먼저 사람들 곁으로 가는 방식이다. 이번 공연은 '음악과의 동행, 함께 빚은 꿈의 선율'을 주제로 2026년 관악구 청년동아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고, 스페스앙상블·스페스드림·관악구청·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이 함께 주최·주관했다. 이날 60명가량의 관객이 자리해 연주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나눴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높은 단도, 무거운 막도 없었다. 연주자의 숨결과 악기의 울림이 객석에 그대로 닿는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은 '감상'보다 '함께하는 시간'에 가까워졌다.
바이올린에서 목관 5중주, 성악까지
공연의 문은 바이올린 동신혜와 피아노 김가현이 열었다. F.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로즈마린', A. 비발디 '사계' 중 겨울, V. 몬티의 '차르다시'가 이어지며 객석의 집중이 서서히 모였다.
이어 플루트 최유진, 오보에 이정원, 클라리넷 이종혁, 호른 강민규, 바순 김새미가 목관 5중주로 무대에 올랐다. 조 히사이시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 S. 조플린의 '엔터테이너', J.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까지, 다섯 악기가 저마다의 음색으로 한 장면씩을 그려냈다.
무대의 후반은 성악이 채웠다. 소프라노 임주영은 김동진 작곡·양문영 작시의 가곡 '신아리랑'을, 테너 현주영은 지미 폰타나의 '일 몬도'를 들려줬다. 두 사람은 R. 로블란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거쳐, G.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로 피아노 김가현과 함께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듣는 법까지 함께 나눈 무대
이번 소리정원이 특별했던 이유는 곡목만이 아니었다. 이날 무대는 일방향적인 관람을 넘어 해설과 대화가 있는 교류 중심으로 꾸려졌다. 곡 사이사이 해설이 이어졌고, 목관 5중주 순서에서는 중간에 바순, 클라리넷, 오보에의 소리를 따로 들려주며 낯선 악기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성악 순서에서는 마지막 곡 '축배의 노래'에 앞서 노래를 설명하고, 연주 중간중간 박수를 유도하며 관객에게 함께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효과는 공연 후 관객 만족도 조사에서 확인됐다. 악기 소개가 좋았다는 응답과 노래가 좋았다는 응답이 나왔고, 한 관객은 “잘 몰랐던 악기도 알 수 있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감동”이라고 적었다. 악기들의 소리를 하나씩 듣고 구별해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도, 여러 악기의 앙상블을 한자리에서 들어 좋았다는 소감도 있었다.
“장애와 상관없이 함께 즐기는 시간”
이번 공연은 전문 연주자와 신경다양성 연주자가 함께 무대를 완성하며, 서로 다른 연주자들이 음악으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장애와 상관없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되어 즐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밖에도 연주자들의 무대에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과 함께, 공연을 통해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성악 무대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직접 듣는 목소리가 아름다웠다는 평가가 나왔으며, 앞으로 공연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소리정원’은 관객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음악을 나누고, 전문 연주자와 신경다양성 연주자가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자리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서 음악을 나누며 관객과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다음 정원을 기다리며
2023년 창단 이후 '소리정원'을 이어온 스페스앙상블은 앞으로도 매년 공연을 개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 음악을 나눌 계획이다. 이날 객석에서 나온 “자주 공연하면 좋겠다”는 바람은 그 계획과 꼭 닮아 있다.
서로 다른 선율이 하나로 어우러진 오후, 소리정원은 “장애와 상관없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라는 관객의 한 줄로 막을 내렸다. 내년의 정원에는 어떤 소리가 피어날지, 벌써 기다려진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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