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뉴스정원] 먹빛의 여백에 노래가 번지면 … “다시”를 꿈꾸는 안상철미술관의 가을

정진욱 기자 발행일 2026-10-22 09:54:38 댓글 0
- 안상철미술관, 10월 24일 ‘싱어게인, 한국화 어게인’ 개최
- 김도연·이규형·한성일 출연…《K-INK : 수묵의 변주》 전시 연계 음악회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그림 앞에 서면 말이 줄어드는 순간이 있다. 번진 먹의 가장자리를 따라 시선이 머물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여백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 고요한 감상 곁으로 사람의 목소리가 찾아온다. 다시 노래하려는 마음과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바람이 양주의 작은 미술관에서 만난다.

▲ 안상철미술관 전시 연계 음악회 ‘싱어게인, 한국화 어게인’ 포스터. 김도연·이규형·한성일이 출연하며, 10월 24일 오후 4시부터 공연한다. (출처=안상철미술관 행사 안내물)

안상철미술관은 오는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전시 연계 음악회 ‘싱어게인, 한국화 어게인’을 연다. 장소는 경기도 양주시 권율로 905에 자리한 안상철미술관이다.

미술관이 공개한 행사 안내에 따르면 이번 무대에는 〈싱어게인4〉의 김도연, 이규형, 한성일이 출연한다. 포스터 속 번호로는 각각 39호, 57호, 44호 가수다. 음악회는 세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시작하는 이들의 소망을 나누고, 한국화가 더 넓은 세계와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행사의 제목은 두 번의 ‘다시’를 품고 있다. ‘싱어게인’에는 무대에 다시 서고 싶은 마음이, ‘한국화 어게인’에는 한국화를 오늘의 눈으로 새롭게 만나 보자는 제안이 담겼다. 서로 다른 예술이 한자리에 놓이지만, 그 안에서 건네는 말은 가깝다. 아직 들려줄 노래가 있고, 아직 발견할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음악회는 ‘2026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K-INK : 수묵의 변주"와 연계해 마련됐다. 안상철미술관 공식 안내에 따르면 전시는 9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리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후원하는 ‘2026년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전시가 살피는 것은 오늘의 감각으로 확장되는 수묵의 가능성이다. 안상철을 비롯해 김선두, 유근택, 이만수, 김대열, 김성희, 송수련, 심재영, 오숙환, 이길원, 이응노, 이종목, 이철주, 조순호, 홍순주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수묵의 다양한 표현을 조망한다. 

먹은 검지만, 먹으로 그린 화면이 모두 같은 검정으로 남지는 않는다. 물을 얼마나 머금었는지, 붓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에 따라 화면의 표정은 달라진다. 짙게 맺힌 자리와 엷게 스며든 자리가 서로를 드러내고, 멈춘 붓끝과 이어진 선 사이에는 그리는 사람의 시간이 남는다.

목소리도 그렇다. 같은 가사를 불러도 호흡과 쉼에 따라 노래는 다른 마음으로 전해진다. 소리를 길게 끌어가는 순간뿐 아니라 잠시 멈추는 순간에도 감정이 실린다. 그림의 여백과 노래의 쉼이 가까워지는 지점이다. 이번 음악회는 눈으로 바라보던 감상에 귀로 듣는 경험을 더하며, 관객이 두 예술의 울림을 함께 느낄 자리를 마련한다.

미술관은 행사 안내에서 다시 노래하고 싶은 간절함과 한국화가 다시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만난다고 설명했다. 한국화가 세계 무대로 나아가기를 꿈꾸며 그림 곁에서 라이브 음악을 만나는 가을 오후로 시민들을 초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런 만남은 미술관에 들어서는 마음의 문턱을 낮춘다. 작품의 뜻을 모두 알아야만 그림 앞에 오래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이 눈에 들어오고, 어떤 색의 번짐이 마음에 남는 것으로 감상은 시작된다. 음악을 통해 미술관을 찾은 사람은 그림과 뜻밖의 인사를 나눌 수 있고, 전시를 보러 온 사람은 처음 듣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출 수 있다.

‘다시’라는 말에는 지나온 시간이 묻어 있다. 한 번의 시작만으로는 다 전하지 못했던 마음, 멈춘 뒤에도 놓지 못한 꿈이 그 짧은 말 안에 들어간다. 무대에 선 사람에게는 자신의 노래를 건네는 일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재료에서 새로운 표현을 찾는 일이 또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가을은 그런 마음을 가만히 돌아보기 좋은 계절이다. 한 해가 저물기 전에 아직 해 보고 싶은 일을 떠올리고, 잠시 접어 둔 바람을 다시 펼쳐 보게 한다. 미술관에서 보내는 한 시간 반이 누군가에게는 공연의 즐거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다음 걸음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남을 수 있다.

안상철미술관은 다시 시작하는 이들에게 관객의 박수가 따뜻한 응원이 된다는 마음으로 이번 행사를 알렸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사람과 객석에서 귀 기울이는 사람 사이에 오가는 박수는 짧지만 분명하다. 당신의 다음 노래를 듣고 있다는, 그 시작을 함께하고 있다는 대답이다.

음악회 참가 신청은 문자 접수로 진행하며, 공연은 10월 24일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열린다.

먹이 종이에 스며든 자리에 흔적이 남듯, 마음을 기울여 들은 노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는 24일 안상철미술관에서는 그림과 목소리가 서로의 여백을 채운다. 가을 오후, 그 사이에 앉은 사람들도 저마다의 ‘다시’를 조용히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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