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뉴스정원] 처마 끝에 걸린 가을, 노래가 되어 내려앉다 … 화계사 산사음악회

정진욱 기자 발행일 2026-10-23 20:15:46 댓글 0
10월 24일 오후 5시 30분 개최…박현빈·윙크·프로젝트 RAAK·김태헌·세계일화합창단 출연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가을 저녁은 소리에 자리를 내어 준다. 낮 동안 분주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으면, 스쳐 지나던 바람 소리도 문득 가까워진다. 오래된 절집의 처마 아래라면 그 울림은 더욱 깊어진다. 서울 강북구 화계사가 오는 24일, 저물어 가는 가을빛에 노래를 포갠다.

▲ ‘2026 화계사와 함께하는 역사문화축제 산사음악회’ 홍보물. 음악회는 10월 24일 오후 5시 30분 화계사에서 열린다.(출처=주최측 sns 계정)

대한불교조계종 화계사가 주최·주관하는 ‘2026 화계사와 함께하는 역사문화축제 산사음악회’가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강북구 화계사길 117 화계사에서 열린다. ‘천년의 시간 속 문화로 이어지다’를 주제로 내건 이번 음악회는 오랜 사찰의 역사와 오늘의 음악이 만나는 자리다.

공개된 행사 안내에 따르면 가수 박현빈과 윙크, 프로젝트 RAAK, 제국의아이들 김태헌, 세계일화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진행은 김주철이 맡는다. 서로 다른 음악적 색깔을 지닌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여 가을 산사에 다채로운 울림을 더할 예정이다.


산사음악회의 매력은 노래를 듣는 공간에서도 비롯된다. 일상의 공연장과 달리 사찰에는 오랜 시간 쌓인 풍경이 있다. 기와가 그리는 선, 나무와 건물이 함께 만든 그늘, 걸음을 늦추게 하는 마당이 음악의 배경이 된다. 익숙한 노래도 그런 공간에서 만나면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화계사는 도심 가까이에서 산사의 시간을 만날 수 있는 사찰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템플스테이 소개는 삼각산 자락에 자리한 화계사를 참선 수행과 국제포교의 중심 사찰로 설명한다. 도시의 생활권과 수행의 공간이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점은 이곳의 특별한 풍경을 이룬다. 바쁜 하루를 살던 시민들도 멀리 떠나지 않고 잠시 걸음을 고를 수 있다. 나를 위한 행복 여행

그 풍경 안에는 수백 년의 역사가 흐른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화계사는 고려시대 보덕암에서 연원을 찾으며, 1522년 신월선사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화계사라 이름 붙였다. 이번 축제의 ‘천년의 시간’이라는 표현은 그 오랜 연원을 떠올리게 한다. 세월을 건너온 사찰에서 오늘의 노래를 함께 듣는 일은 역사와 문화를 생활 속에서 만나는 경험이기도 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번 출연진 구성은 산사의 저녁에 흥겨움과 차분한 감상을 함께 담는다. 박현빈과 윙크가 선보일 무대에 더해 프로젝트 RAAK와 김태헌, 세계일화합창단이 각자의 음악으로 관객을 만난다. 공연의 구체적인 곡목은 공개된 안내에 담겨 있지 않지만, 여러 출연진이 이어 갈 무대는 한 가지 분위기에 머물지 않는 가을밤을 예고한다.

특히 여러 목소리가 함께 만드는 합창은 ‘함께 듣는 자리’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각기 다른 음색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하나의 노래를 이루듯, 음악회에 모인 사람들도 잠시 같은 선율 안에 머물게 된다. 가족과 연인, 이웃이 나란히 앉아 노래를 듣는 동안 저마다 달랐던 하루의 속도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

산사는 흔히 고요한 곳으로 기억되지만, 그 고요 속에서 울리는 음악은 사람의 기척을 더욱 따뜻하게 전한다. 노래가 흐르고 박수가 이어지는 순간, 오래된 공간에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이 쌓인다. 역사는 멀리 놓인 기록에서 한 걸음 다가와 오늘 함께 보낸 저녁의 기억이 된다.

행사 포스터는 “가을밤, 화계사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드세요”라는 말로 시민들을 초대한다. 특별한 준비를 요구하는 문장보다 함께할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인사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하루의 밝은 시간은 짧아지지만, 누군가와 나눈 저녁은 오래 남기도 한다.

오는 24일 오후 5시 30분, 화계사에서 시작되는 음악회는 그렇게 가을의 한 장면을 마련한다. 처마 아래로 내려앉는 어스름과 사람들 사이로 번지는 노래. 돌아가는 길에는 무대에서 들었던 선율 하나가 마음에 따라붙을지 모른다. 올해의 가을을 기억하게 할, 작지만 따뜻한 후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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