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개인 명의 고소’에 왜 시민의 세금이 쓰이나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1-04 16:08:34 댓글 0
“언론사들이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된다.”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운4구역 재개발과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을 두고 내놓았던 자신만만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 공언에 응답한 언론과 전문가들을 향해 돌아온 것은 검증에 대한 열린 토론이 아닌 서울시의 공식 압박 이메일과 형사고소장이었다.

3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미주 시의원(사진)이 제기한 지적은 단순한 시정 비판을 넘어 공공 권력의 본질적인 책무를 묻고 있다.


서울시는 MBC 제작진과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그 고소 비용 일체를 서울시 예산, 즉 시민의 혈세로 충당했다.

문제는 서울시의 해명이 지닌 구조적 모순이다. 대법원 판례상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어야 할 공적 기관이 형벌권을 남용해 언론의 자유를 옥죄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다.

서울시는 이를 우회하고자 ‘오세훈 시장 개인 명의’로 고소를 진행해놓고, 정작 비용 지원에 대해서는 ‘기관장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는 해괴한 논리를 댔다. 시장 개인의 법적 다툼이라면 당연히 개인이 사비로 비용을 치러야 마땅하고, 기관 차원의 대응이라면 애초에 성립하기 어려운 형사고소에 세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권리는 지자체 뒤에 숨어 누리고, 책임과 비용은 시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이 일련의 과정이 남긴 나쁜 선례다. 시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전문가에게 서울시 공식 계정으로 ‘판단을 조정할 여지가 있느냐’는 식의 확인 메일을 보낸 뒤 법적 조치로 나아간 행태는 김 의원의 표현대로 전형적인 ‘입틀막 행정’의 문법이다.

행정 권력이 세금을 쥐고 정책 검증에 나선 언론과 학자들을 고소로 위축시킨다면, 앞으로 어떤 전문가가 서울시 정책의 허점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시민의 세금은 정책에 대한 비판과 감시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방패막이나 사적 소송 비용으로 쓰이라고 걷히는 돈이 아니다. 서울시는 이번 고소 예산 집행의 법적 근거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언론 검증을 대하는 비뚤어진 행정 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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