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의 여행 칼럼] AI도 통역하는 시대, 설명만 하는 관광 가이드는 살아남기 어렵다

김미란 칼럼니스트 기자 발행일 2026-11-06 08:42:28 댓글 0
외국어 전달을 넘어 판단과 조율을 서비스로 만드는 방법

외국어 문장을 빠르게 바꿔주는 도구가 있다고 가이드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명문을 다른 언어로 읽어주는 일만으로 전문성을 증명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도구가 문장을 만드는 동안 현장의 사람은 무엇을 판단하고 있는가. 가이드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은 이제 외국어를 얼마나 길게 말하는가에서 시작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한중 통역과 외국인 관광 안내를 함께 하는 입장에서 두 업무의 차이를 자주 생각한다. 통역에서는 발언자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관광 안내에서는 확인된 정보를 설명하는 일과 함께 손님의 관심, 이동의 부담, 남은 시간을 살펴야 한다. 언어를 전달하는 능력은 바탕이고, 그 언어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판단이 더해진다.

가령 설명 자료에 산책하기 좋은 길이라고 적혀 있어도 단체 손님에게 그 길이 적절한지는 따로 살펴야 한다. 계단과 경사, 화장실과 휴식 공간, 차량이 기다리는 장소가 판단의 내용이다. 이것은 특정 투어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행사가 가이드의 전문성을 평가할 때 확인할 수 있는 운영 항목들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경험을 무조건 믿고 기술을 멀리할 이유도 없다. AI는 설명의 초안을 줄이고 예상 질문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이드는 출처와 사실을 확인하고, 설명의 난이도를 조절하며, 현장에서 달라진 조건을 반영해야 한다. 모르는 것을 그럴듯하게 말하는 능력은 기술이든 사람이든 전문성이 될 수 없다.

여행사는 평가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설명 시간이나 판매 실적만 기록하면 손님이 질문할 기회를 마련한 일, 무리한 동선을 조정한 일, 여러 언어의 안내를 일치시킨 일은 보이지 않는다. 준비 자료의 정확성, 변경 사항의 전달, 손님의 선택을 존중한 과정까지 살피는 평가표를 제안한다. 가이드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는 대신 최신 운영 정보와 연락 체계도 제공해야 한다.

보수와 교육에도 그 기준이 연결되어야 한다. 현장 판단을 요구하면서 준비 시간은 인정하지 않으면 전문성이 축적되기 어렵다. 업체가 반복되는 질문과 문제를 함께 기록하고, 가이드가 다음 안내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자격이나 법적 책임을 대체하는 제안이 아니라 업무의 품질을 구체화하자는 제안이다.

AI 시대의 가이드는 기계보다 더 많은 문장을 외워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손님이 지금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살피는 사람이어야 한다. 설명의 양을 경쟁력으로 삼던 자리에서 정확한 판단과 조율을 경쟁력으로 바꿀 때, 기술은 가이드의 자리를 위협하는 구호를 넘어 전문성을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한중 통역사
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한중 통역사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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