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환경 정책에 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 언론 복스(vox)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당선된 이상 다른 길은 없다며 그의 정책은 지구의 끔찍한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환경 정책은 명확하다. 모든 규제를 풀고 전통 에너지산업으로 돌아가자는 것.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을 약화시키기 위해 날조한 사기극으로 폄하했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 8년간 공들여 추진했던 청정전력계획(CPP)를 포함한 모든 주요 규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트럼프의 승리로 행정부와 의회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게 되면서 C02 배출을 규제하는 미국 환경청의 규제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되서다.
트럼프는 CPP가 석탄산업의 고사로 이어져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제조 경쟁력은 저하시킬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트럼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유세 당시 “환경청이 하는 일은 수치스럽다”며 미국 환경청(EPA)을 전면 폐지하거나 역할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의회의 동의를 얻는다면 수은 공해, 스모그, 탄재 등 모든 환경 관련 법안을 폐지할 수 있게 됐다고 복스는 진단했다.
트럼프는 풍력, 태양광,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모든 연방 정부의 예산을 삭감할 계획이다. 또한 유엔의 기후변화 프로그램들에 대한 미국의 분담금을 모두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196개국 이상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이 사실상 파리협정 체결을 주도해온 만큼, 트럼프의 당선으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행인 것은 4일 발효됨에 따라 트럼프가 무효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파리협정 탈퇴 규정에 따르면 협정당사국은 3년간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수 없고, 그 이후 탈퇴의사를 밝혀도 1년간 공지 기간을 둬야 한다. 트럼프의 재임기간은 4년이다.
문제는 남는다. 실질적으로 트럼프가 파리협정을 무시해버린다면, 협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미국이 탈퇴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절대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2005년 수준에서 26~28%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각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면 어떻게 되나. 복스는 트럼프가 설령 환경청을 폐지하고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생에너지 혁명과 프래킹 붐(셰일 붐)을 막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는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에 달린 것이지 트럼프가 바꿀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탄소배출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럭스 리서치는 클린턴의 정책과 비교해 트럼프의 정책이 채택될 때 34억 톤의 CO2가 추가적으로 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2위인 중국이 향후 협정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60~65%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중국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우선적인 책임을 전제로 국제협상에 임해왔다. 미국이 협정에 소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중국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8%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협정 이행에 모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파리기후협정이 국제기후협력 체제라는 명맥만 유지될 뿐 실효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복스는 배출량 감축 속도가 떨어지면서 지구 온도가 4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랜드와 남극 대륙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놓을 것이라고 복스는 강조했다. 플로리다는 바다에 가라앉아 사라지고, 현재 남서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악의 가뭄은 수세대에 걸쳐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희망이 없나.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예상치 못한 재앙이 미국 사회에 닥쳤지만, 미국 연방 정부가 손쓸 수 없는 전지구적 변화도 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주는 자신들만의 기후변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 정부의 정책과 별개로 주 정부들이 캘리포니아와 뉴욕 주의 노력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의 생산 단가는 낮아지고 있다. 이제 정부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는 성장 모멘텀을 획득했다는 평가다.
고용 측면에서도 태양광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태양광 산업 근로자는 20만 9000명으로 2010년 9만 3000명 대비 배 이상 증가, 정유·가솔린 근로자를 넘어섰다. 태양광 산업이 고용 창출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이를 배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인도와 중국의 친환경 정책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도적 역할을 하는 미국 없이도 양국은 기후변화를 막아야 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저해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의회 정치의 전통상 트럼프 한 명이 미국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없는 만큼, 공화당원이 기후변화 관련 법안 폐지를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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