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28만호 몰렸는데 착공은 1.4만호…LH 신축매입임대 ‘공급 병목’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16 19:29:38 댓글 0
신청물량과 연간 착공 단순 비교하면 4.9%…심의·약정 거치며 물량 급감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축매입임대 물량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사업 신청은 수십만호가 몰리는 반면 실제 착공은 연간 1만호대에 머물면서 공급 과정의 병목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심사를 통과하고 LH와 매입약정까지 체결한 사업 가운데서도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해 약정이 해지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단순히 신청·약정 물량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실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LH 신축매입임대 사업에 접수된 신청물량은 총 28만8,317호에 달했다. 같은 해 전체 착공실적은 1만4,195호였다.
▲신축매입약정 해지 현황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착공 규모는 신청물량의 4.9% 수준이다. 다만 해당 연도 착공실적에는 이전 연도 신청·약정 사업도 포함돼 있어 이를 2025년 신청물량의 실제 착공 전환율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지난해 신규 신청분 가운데 연내 착공까지 진행된 비율은 단순 비교치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28만호 신청→심의통과 9만호→약정 4만8천호…단계마다 물량 줄어


신축매입임대는 민간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하면 LH가 사전에 매입약정을 체결하고 준공 이후 해당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LH 역시 신축매입임대를 민간의 건축 예정 또는 건축 중인 주택과 사전에 매입약정을 맺은 뒤 준공 후 매입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 정상화 등을 위해 이 사업을 주요 주택 공급수단 가운데 하나로 확대해 왔다.

하지만 신청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상당한 물량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신청된 28만8,317호 가운데 심의를 통과한 물량은 9만634호였으며 실제 매입약정까지 체결된 물량은 4만8,771호였다.

심의 과정에서 탈락한 물량은 15만5,886호였다. 이 가운데 입지여건 미흡과 설계품질 미흡에 따른 탈락이 11만3,872호로 전체 탈락물량의 73.0%를 차지했다.

신청 자체는 넘쳐나지만 LH가 실제 임대주택으로 매입할 수 있는 입지와 품질을 갖춘 사업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상당수가 걸러지고 있는 셈이다.

어렵게 약정하고도 13.5% 해지…‘토지 미확보’가 최대 걸림돌

더 큰 문제는 심사를 통과해 LH와 매입약정을 체결한 이후에도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LH가 사업자와 체결한 신축매입임대 약정물량은 총 8만7,302호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 올해 7월 말까지 1만1,755호의 약정이 해지됐다. 전체 약정물량의 13.5%에 해당한다.

약정 해지 사유를 보면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물량이 5,563호로 가장 많았고 사업자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물량도 3,552호에 달했다.

두 사유를 합치면 9,115호로 전체 해지물량의 77.5%를 차지한다.

결국 신청이나 약정을 많이 받는 것만으로는 주택 공급을 장담할 수 없으며 실제 사업이 가능한 토지 확보 여부와 자금조달 능력, 사업성을 약정 전후 단계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하느냐가 공급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볼 수 있다.

주택전문가 시각…“신청 숫자보다 착공 가능한 사업인지 먼저 봐야”

주택 공급 측면에서 보면 신축매입임대의 핵심은 신청이나 약정 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약정된 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착공과 준공, 입주까지 연결하느냐에 있다.

특히 토지 확보가 불확실한 사업까지 대규모로 약정할 경우 서류상 공급 예정 물량은 늘어나지만 이후 토지매입 실패나 금융비용 상승, 사업성 악화가 발생하면 결국 약정 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사업은 토지비와 공사비, 금융비용이 동시에 움직인다. 사업자가 약정 당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토지 확보가 지연되고 금융비용이나 공사비가 올라가면 실제 착공 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신축매입임대의 공급 속도를 높이려면 신청물량 확대보다 토지 확보 가능성과 사업자의 자금조달 능력, 인허가 가능성 등을 초기 단계부터 정밀하게 검증해 ‘착공 가능한 사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LH 역시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신축매입임대 사업자의 자금조달 부담을 낮추는 개선책을 시행했고, 8월에는 설계도면 없이 약식 사업계획서로 신청할 수 있도록 접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입지 사전심의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LH도 사업 초기 단계의 부담과 절차가 실제 공급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급 목표’와 ‘실제 입주’ 사이 간극 줄여야

신축매입임대는 LH가 직접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과 달리 민간사업자가 확보한 토지와 사업을 활용할 수 있어 도심에서 비교적 신속하게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정부와 LH는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와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신축매입임대를 주요 공급수단으로 확대해 왔다. LH는 2025년에도 5만호 이상의 신축매입임대 매입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전담조직 신설과 인력 보강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자료는 공급 목표를 확대하는 것과 실제 주택이 착공돼 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신청 단계에서 28만호가 넘는 사업이 몰렸다는 것은 민간사업자의 참여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심의 과정에서 대규모 물량이 탈락하고, 어렵게 약정한 사업마저 토지 미확보와 사업포기로 해지되고 있다는 점은 공급 과정의 질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승찬 의원은 “사업 신청은 28만호 넘게 몰리는데 실제 착공은 연간 1만호대이고, 어렵게 약정해 놓고도 토지 미확보와 사업포기로 물량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LH가 신축매입임대를 신속한 공급수단으로 강조하는 만큼 목표 물량을 늘리는 데 앞서 신청된 사업을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연결하는 공급 병목부터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주택 공급 성과는 신청이나 약정 물량이 아니라 실제 착공과 준공, 입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신축매입임대가 단기간에 도심 주택을 확보하는 정책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몇 호를 신청받았는가’보다 ‘몇 호가 실제 착공됐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공급 관리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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