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무역의 규칙 만드는 협상에 한국 합류

안영준 기자 발행일 2026-09-16 07:41:58 댓글 0
-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가 추진한 GEPA 참여 … 저탄소 수출 기회와 새 인증비용을 함께 살펴야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기후정책이 이제 공장 굴뚝을 넘어 수출계약서의 조건으로 들어오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9월 11일 한국이 복수국간 그린경제협정, 이른바 GEPA 협상에 공식 참여한다고 밝혔다.


▲ 한국의 GEPA 협상 참여와 과제(출처=시민 이해를 위해 AI제작)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에 합의한 협정으로, 한국은 9월 2일 참여 의향서를 보냈고 세 나라가 8일부터 10일까지 회신하면서 참여 절차가 공식화됐다.

GEPA의 핵심은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번지지 않도록 그린경제 분야의 통상 규칙을 논의하고 관련 무역과 투자를 넓히는 데 있다. 

기존 자유무역협정이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에 무게를 뒀다면, 이 협상은 저배출 상품을 어떻게 정의하고 환경 관련 규제와 인증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에 더 가까운 논의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

협상문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는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같은 무역 관련 기후조치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저탄소 철강 등 저배출 상품의 수출시장을 선점할 기회로 평가한다. 

그러나 협정 참여 자체가 수출 증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 성과는 저탄소 제품의 정의, 배출량 산정 방식, 검증기관 인정, 중소기업 지원, 국가별 규제 차이를 얼마나 실무적으로 조정하느냐에 달렸다.

특히 탄소정보를 요구받는 기업에는 데이터의 정확성과 추적성이 새로운 비용이 된다. 대기업은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갖출 여지가 크지만 협력 중소기업은 에너지 사용량, 원료별 배출량, 운송 과정의 탄소를 정리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규범이 선진국의 기준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굳어지면 친환경 투자를 촉진하는 동시에 작은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이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시민들 생활과도 멀리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설비 교체와 인증에 들이는 비용은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고, 반대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안정되면 장기적인 생산비와 기후위험을 낮출 수 있다. 어느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지는 산업별로 다르다. 정부가 ‘시장 선점’이라는 표현만 앞세우기보다 업종별 비용과 편익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협상 과정에서 눈여겨볼 것은 세 가지다. 저배출 상품의 기준이 국제적으로 호환되는지, 개발도상국과 중소기업의 전환비용을 덜어줄 장치가 있는지, 환경을 명분으로 한 자의적 차별을 막을 분쟁 해결 절차가 마련되는지다.

국내에서는 제품 탄소발자국을 측정할 인력과 검증기관, 공급망 데이터의 보안 체계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이번 발표는 협상 참여의 출발점이지 결과 발표가 아니다. 향후 공개될 협상 의제와 문안,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절차, 산업별 영향평가를 확인해야 한다. 

저탄소 산업을 키우는 규칙이 공정한 경쟁의 발판이 될지, 새로운 서류 장벽이 될지는 세부 문구에서 갈린다. 정부는 협상 성과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말고 기업 규모별 준비비용과 지원 실적을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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