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탄소를 줄일까, 전기를 삼킬까

정민오 기자 발행일 2026-09-21 07:16:46 댓글 0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기후위기 해법으로 떠오른 AI가 또 다른 에너지 과제를 만들고 있다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산업의 핵심은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느냐에 있었다.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AI의 성능 경쟁 뒤에는 반도체 확보 경쟁이 있고, 그 뒤에는 막대한 전력 확보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생각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수만 개의 고성능 반도체가 동시에 가동된다.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연산이 이뤄진다. 결국 AI 산업의 성장은 데이터센터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이라는 점이다. 서버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뿐 아니라 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설비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은 향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수 많은 AI 답변 뒤에는 발전소가 있다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AI 생성 이미지)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산업 이슈를 넘어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소형모듈원전(SMR)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산업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증가가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AI 산업의 성장과 탄소중립 목표가 충돌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AI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지만, 그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 것인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흥미로운 것은 AI가 기후위기 해결의 핵심 기술로도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건물과 공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할 수 있다. 기후변화 예측과 재난 대응에도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다시 말해 AI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술인 동시에 에너지 절약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결국 AI 시대의 진짜 경쟁은 알고리즘 경쟁만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전력을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는 기후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전력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AI 혁명은 결국 전력 혁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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