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인건비 6천억 부풀리고 책임은 직원에게…임원 연봉은 오히려 인상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6 21:12:57 댓글 0
인건비 과다 편성 징계 직원 8명·임원 0명…의결권 가진 경영진 책임 회피 논란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부 지침을 위반해 8년간 약 6천억원의 인건비를 과다 편성·지급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정작 인건비 감액 부담은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임원들의 기본연봉은 오히려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희 의원

특히 인건비 편성과 임금인상안을 의결한 경영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실무 직원들만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공공기관의 책임경영과 내부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현직 이사장이 과거 상임이사 재직 당시 문제가 된 인건비 관련 안건 의결에 직접 참여했던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단순한 회계·예산 관리의 문제를 넘어 경영진의 관리·감독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의원(사진)은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공단의 인건비 과다 편성과 사후 책임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정부가 정한 총인건비 한도를 초과해 누적 5,995억원을 편성·지급했다.

이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24년 12월 초과 지급액 가운데 1,443억원을 최대 12년에 걸쳐 인건비에서 차감하도록 결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감액 조치가 직원 보수에 영향을 미치는 동안 경영진의 기본연봉은 오히려 올랐다는 점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직원 1인당 평균 기본급은 118만원 감소해 2.4%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사장의 기본연봉은 985만원, 상임이사의 기본연봉은 788만원 각각 인상됐다. 인상률은 모두 6.6%였다.
 

직원들의 기본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경영진의 기본연봉은 계속 인상된 셈이다.

이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임원 보수의 실제 차감액을 묻자 강청희 이사장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임원 급여는 총액인건비에 포함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으로 임원 보수가 총인건비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설명이지만, 인건비 편성 과정에 관여한 경영진이 감액 부담에서는 벗어나는 구조가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 남는다.

공공기관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한 최종적인 관리·감독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 그럼에도 인건비 과다 편성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직원들에게 집중되고 임원 보수는 별다른 제약 없이 인상됐다면 책임과 부담의 형평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직원 8명 징계받는 동안 의결 임원은 '0명'…책임은 누가 지나

징계 과정에서도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인건비 과다 편성 문제로 징계를 받은 사람은 실장 이하 직원 8명이었다. 반면 인건비 관련 안건을 최종 의결한 임원 가운데 징계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공단은 당시 책임이 있는 임원들이 모두 퇴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퇴직 여부가 과거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당시 경영진의 관리·감독 의무 위반 여부를 별도로 조사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의원은 “결정권을 행사한 임원은 퇴직하면 그만이고 직원만 징계를 받고 임금 인상도 제한받는 것이 맞느냐”고 따졌다.

이에 강 이사장은 “그것이 공정하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은 공단의 징계와 책임 배분이 충분한 형평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무자의 업무상 과실이 확인됐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영진의 관리·감독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8년에 걸쳐 수천억원 규모의 인건비 초과 편성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를 단순한 실무 착오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예산 편성부터 내부 검증, 이사회 심의와 의결에 이르기까지 어느 단계에서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강청희 이사장, 과거 관련 안건 5건 의결…“정부 지침 위반 몰랐다”

강청희 이사장의 과거 의결 참여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 이사장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문제가 된 인건비 관련 예산안과 직원 임금인상안 등 5건의 의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당시 정부 지침에 맞지 않게 인건비가 편성된 사실을 확인했느냐고 묻자 강 이사장은 “몰랐다. 정부 지침에 맞게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그러면 무엇을 보고 의결했느냐”며 사실상 형식적인 의결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강 이사장은 “왜 이런 사태가 생겼는지 굉장히 의아하다”고 설명했지만, 이사회 의결에 참여한 임원으로서 당시 제출된 자료를 얼마나 면밀하게 검토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사회는 단순히 집행부가 제출한 안건을 통과시키는 기구가 아니다. 예산의 적정성과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의사결정 기구다.

따라서 관련 안건이 정부 지침을 위반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명만으로 당시 의결 과정의 적정성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 이사장이 실제 위반 사실을 알고도 의결했는지, 당시 이사회에 어떤 자료가 제공됐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내부에서도 제기될 수 있는 형평성 문제…직원 보수만 줄이는 구조 개선해야

이번 사안은 공단 내부의 책임 배분과 보수체계에 대한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경영진이 의결한 인건비 편성의 결과를 직원들이 장기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조직 내부에서 보수 조정의 형평성을 둘러싼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내부관계자의 입장을 취재할 경우에도 핵심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책임과 직원들의 실제 감액 부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공단은 임원 보수가 총인건비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제도적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법적·제도적 적용 대상과 경영진이 져야 할 조직 운영상의 책임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직원 기본급 감소와 임원 기본연봉 인상이 같은 기간에 발생했다는 점은 경영진의 책임 이행 방식에 대한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인건비 초과 편성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지 않은 채 직원 전체에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책임 느낀다” 반복한 이사장…실질적 책임 이행은 미지수

국정감사에서 강 이사장은 인건비 과다 편성 문제와 관련해 도덕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도덕적 책임이 있다면 돈도 같이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직원에게 감액 부담을 지우면서도 이사회가 임원 기본연봉 인상을 계속 의결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감액 조치가 끝날 때까지 이사장과 상임이사의 기본연봉을 동결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종합감사 전까지 임직원별 인건비 감액 부담 내역과 경영진의 책임 이행 방안을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내부 검토하고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질의를 마친 뒤 “이사장은 6분 동안 ‘책임을 느낀다’는 말을 네 번 했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의 책임은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지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원 기본연봉 동결안의 실제 이사회 상정 여부와 경영진 책임 이행 방안을 끝까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6천억원 인건비 논란, 공단 내부통제 전반 재점검해야

이번 사안의 본질은 직원 기본급 감소와 임원 연봉 인상이라는 단순한 보수 격차에만 있지 않다.

8년 동안 약 6천억원의 인건비가 정부 지침을 초과해 편성·지급되는 동안 공단의 내부통제와 이사회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초과 편성액 5,995억원 가운데 1,443억원을 장기간에 걸쳐 차감하도록 결정한 만큼, 감액 부담이 실제로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감액 부담을 지는 동안 임원 기본연봉은 인상되고, 징계 역시 실무자에게 집중됐다면 공단의 책임경영 체계가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경영진은 성과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나 후속 조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사회 심의 절차와 인건비 관리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임직원 간 책임 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 책임을 느낀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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