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극’에 털린 혈세 5억… 기정원의 TIPS는 눈멀었나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9 07:38:40 댓글 0
가짜 매출에 털린 팁스 5억, ‘공익신고’ 없었으면 영원히 묻혔다

▲해당 TIPS 과제 투자·지원 및 의혹 인지 경과

[데일리환경=이정윤 안상석 기자]정부의 대표 기술창업 육성 플랫폼인 팁스(TIPS)가 ‘눈먼 돈’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하 기정원)이 최대 지원 한도인 5억 원을 전액 집행하고 연구개발(R&D) 기간까지 끝난 과제에서 사기 정황을 전혀 거르지 못했던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자체 시스템을 통한 적발은커녕 과제 종료 석 달 뒤 접수된 ‘공익신고’가 없었다면 수억 원대 혈세 누수는 영영 묻힐 뻔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이 기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 창업기업은 가짜 매출로 운영사를 속여 2억 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한 뒤 이를 발판 삼아 TIPS에 선정, 정부출연금 5억 원을 챙겼다.

기정원은 2023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차질 없이 송금했다. 2025년 5월 과제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의 의심도, 제동도 없었다.

신고 접수 후 이뤄진 특별점검 결과는 참담하다. 개발 목표 달성도가 99.24%라던 시제품은 납품받은 모듈을 단순 조립한 수준이었고, 성능지표 7개 중 3개는 임의의 자체평가로 갈음됐다.

연구노트로는 누가 무슨 개발을 했는지 특정조차 안 됐으며, 청구된 출장비 약 9,584만 원 중 무려 68.2%(6,536만 원)가 허위·증빙 누락으로 불인정 판정을 받았다. 기본 서류 대조만 거쳤어도 걸러낼 수 있었던 초보적 부실이 5억 원 완납 시점까지 방치된 셈이다.

기관 내부에서도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정원 사정을 잘 아는 한 내부 관계자는 “현행 TIPS 체계는 민간 운영사의 사전 검증과 제출 서류의 형식적 요건 확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과제 수에 비해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실사 단계에서 세금계산서의 진위나 연구노트의 실질적 진실성까지 파고들기 어려운 구조적 맹점이 결국 터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운영사의 검증만 믿고 뒤로 물러선 전형적인 ‘탁상 행정’과 ‘형식적 모니터링’이 화를 키웠다는 고백이다.

이러한 관리 실패는 결국 납세자이자 기술 생태계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간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제품을 이용하는 한 IT 업계 소비자는 “유망 스타트업을 키우라고 낸 세금이 사기극에 쓰였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며 “‘정부 팁스 선정 기업’이라는 간판을 보고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제품 신뢰도를 평가해 온 일반 소비자와 투자자들마저 기만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기술 혁신을 목표로 묵묵히 땀 흘리는 정직한 스타트업들이 지원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점에서도 기회비용의 손실은 막대하다.

최수진 의원의 지적대로 범죄 혐의를 입증하고 형사 처벌을 내리는 것은 사법 당국의 몫이다. 그러나 4차례에 걸쳐 혈세를 분할 지급하면서 단 한 번도 현장 검증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관리 책임은 전적으로 기정원에 있다.

TIPS는 ‘민간 주도형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공공의 감시망을 느슨하게 풀어놓는 면죄부가 아니다. 기정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지원금 전액 환수와 제재 조치에 착수하는 것은 물론, 선정·집행·평가 전 단계에 걸친 부실 검증 사태의 경위를 명백히 밝히고 전면적인 시스템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공기관의 안일함이 혁신의 사다리를 ‘눈먼 혈세 잔치’로 전락시키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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