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처럼 키운 작물 갈아엎을 때 피눈물… 언제까지 뽑기만 하라는 건가”
현장 농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참담하다. 식물 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회복이 불가능해 병든 포기를 통째로 뽑아 매몰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손길을 쓸 수 없다.
충북에서 콩 농사를 짓는 농민 박 모(62) 씨는 텅 빈 밭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잎이 누렇게 오그라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밭 전체로 번졌습니다. 농약방에 뛰어가 봐도 ‘바이러스는 약이 없으니 번지기 전에 그냥 뽑아내라’는 말뿐이에요. 수개월간 땀 흘려 키운 작물을 제 손으로 갈아엎어야 하는 농민 심정을 정부가 알기나 합니까. 매년 반복되는 재앙인데 언제까지 맨손으로 버티라는 건지 기가 찹니다.”
실제 통계는 농가의 호소를 여실히 뒷받침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콩 포기 비율은 1년 만에 전국적으로 7배(0.50%→3.50%) 치솟았고, 충북의 경우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무 작황 역시 10년 내 최고 감염률을 기록했다.
농업계·연구 현장 “행정 칸막이에 막힌 유효 자재, 연구 예산 축소가 부른 인재(人災)”
농업계 전문가와 작물보호제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태를 두고 ‘행정 공백과 제도적 경직성이 부른 참사’라고 입을 모은다. 2012년 농약 등록기준이 마련된 이후 14년 동안 정식 등록된 바이러스 방제 농약은 단 한 건도 없다.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해 신청된 2건마저 수년째 보완 단계에 멈춰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기술 관계자는 현행 관리 체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국가 R&D를 통해 현장 효능이 입증된 우수 자재나 바이러스 저감 물질이 개발되어도, 까다로운 등록·공시 요건과 행정 절차의 벽에 막혀 제품화되지 못한 채 연구실 창고에 잠자고 있습니다. 더욱이 예방 약제 개발 예산은 5년 새 47%나 깎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신종 바이러스가 73일마다 쏟아져 나오는데, 치료제 개발 대신 터진 뒤 메우는 사후 방제 보상비에만 수백억 원을 쏟아붓는 것은 명백한 정책적 패착입니다.”
부처 간 핑퐁 게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바이러스 효능 표시는 농산물품질관리원, 피해 농가 지원은 농식품부, 기술 지도는 농진청으로 제각각 쪼개져 있어 국가 차원의 통합 피해액 산출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정기 조사 대상마저 벼·콩·고추 등 5개 전통 작목에 묶여 있어, 신종 바이러스가 집중 발생하는 키위·포도·딸기 등 과수 농가는 사실상 정부의 방역 감시망에서 통째로 방치돼 있다.
“탁상공행 멈추고 현장형 약제 공급·전수조사 체계 서둘러야”
농작물 바이러스는 단순한 개별 농가의 피해를 넘어 국가 식량 안보와 농업 기반을 뒤흔드는 중대 현안이다. 전문가들은 검증된 방제 기술을 조속히 현장에 보급할 수 있도록 등록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하고, 신규 유입 경로와 주요 과수를 포괄하는 전면적인 피해 통계 집계 체계를 즉각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친 방역 행정 속에서 올가을에도 농민들은 치료제 없는 밭을 피눈물로 갈아엎고 있다.
강승규 의원(사진)은 “정부가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치료제 하나 내놓지 못한 채 피해 현황조차 손을 놓고 있다”며 “농가에서는 해마다 눈물의 폐작을 반복하고 있는데도 이를 막을 방안이 전혀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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