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이 지난 20일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건설업 폐업 신고는 327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569건)보다 27.4% 늘었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2009년(3340건)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이 수치에는 변경·정정·철회 신고도 포함돼 실제 '소멸'한 업체 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업계 전반의 경영난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이번 증가가 결코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1~9월 기준 폐업 신고는 2020년 1855건에서 2021년 2019건, 2022년 2021건, 2023년 2597건, 2024년 2610건으로 4년 연속 늘었다. 2025년에는 2569건으로 소폭 줄며 숨 고르기를 하는 듯했으나, 올해 다시 3274건으로 뛰어오르며 이 추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대로라면 연간 기준으로 건설업 폐업 신고가 처음으로 4000건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가 지목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 급등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8월 기준 138.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 전인 작년 8월(130.91)과 비교하면 6%가량 더 오른 셈이다. 공사비가 오르는 동안 공사 기간도 함께 늘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3년 걸리던 공사가 지금은 3년 반에서 4년씩 걸린다고 전했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현장 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이 그만큼 누적되는데, 분양가나 공사 계약금액은 애초 책정한 수준에 묶여 있어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구조다.
여기에 사업 단계별 병목이 겹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부터 공사비·공사기간 지연, 준공 후 미분양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자금이 묶이면서, 그 돈이 다음 사업의 새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건설업 매출액은 지난해 9.6% 감소해, 전년(-3.2%)보다 감소폭이 세 배 가까이 커졌다. 일감은 줄고 원가는 오르는 이중고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이런 위기는 지역별로 균등하게 퍼지지 않는다. 착공 물량이 지방에서 더 크게 줄고, 미분양 위험이 큰 지역일수록 신규 수주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일감이 수도권과 대형 건설사로 집중되고 있다. 지방·중소건설사가 먼저 문을 닫는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모습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공사비·원자재 부담 증가는 선진국 대부분이 겪는 공통된 문제라고 짚으면서도, 지방 건설사가 지역 경제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급격한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건설경기가 바닥을 지나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금리와 공사비 부담, 지방 경제 부진이라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어 회복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청한 지방의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수주를 해도 자재비와 인건비가 계약 당시보다 더 올라 있어 완공 시점에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은행권 대출 문턱도 높아져 자금을 융통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건설업 폐업은 매출 규모가 작고 자본 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 그리고 미분양 위험이 큰 지방에서 먼저, 그리고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대형사들은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등 비교적 안전한 사업에 수주를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데일리환경이 우려하는 지점은 이 위기가 '숫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업체 한 곳의 폐업은 그 지역의 하도급업체, 자재상, 건설 일자리로 줄줄이 이어진다. 특히 지방 중소건설사의 몰락은 지역 경제의 고용과 세수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데, 지금의 정책 대응은 PF 리스크 관리나 대형사 중심의 수주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지방 중소건설사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지수가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는데도 공공 발주 단가나 분양가 책정 방식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폐업 행렬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내년 건설 경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지만, 반등의 체감이 지방과 중소건설사에까지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지역별·규모별로 엇갈리는 건설업 양극화에 대한 정교한 데이터와 대책 없이는, 17년 만의 최다 폐업 기록이 '일시적 바닥'이 아니라 '구조적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데일리환경이 짚고자 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통계 공백이다. 국토교통부가 폐업 신고 건수는 집계해 공개하지만, 그 가운데 실제 공사 중단이나 임금·대금 미지급으로 이어진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별도로 파악되지 않는다.
폐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충격의 크기를 가늠하려면 단순 신고 건수를 넘어 하도급업체 피해, 지역 고용 감소, 공사 중단에 따른 발주처 손실까지 포괄하는 후속 통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지수가 매달 경신되는 상황에서 공공 발주 단가나 표준 품셈이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면, 지방·중소건설사의 수익성은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 정부가 내세우는 '연착륙'이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공사비 현실화와 지역별 수주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재정·제도 수단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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