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와 aT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10월 셋째 주 기준 배추 한 포기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여름 폭염 이후 가을 작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동시에 늘어난 결과다.
특히 주산지인 해남·진도 등 전남 지역과 강원 고랭지 배추 작황이 모두 양호해 출하량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무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김장철 체감 물가가 안정됐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보내고 있고, 일부 매체는 이를 그대로 받아 "김장 비용 부담 완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김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배추와 무뿐만이 아니다. 새우젓, 멸치액젓, 고춧가루, 마늘, 생강, 대파, 굴, 갓 등 10여 가지 부재료 가격까지 모두 합산해야 비로소 실제 '김장 물가'가 나온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수산물 유통업계와 유통 데이터를 보면 새우젓 가격은 한 달 새 32.5% 뛰었다. 서해안 어획량 감소와 염장 가공 비용 상승, 인건비 인상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고춧가루와 마늘 역시 지난해 작황 부진의 여파와 중국산 수입 원가 상승 영향으로 전년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 사이트의 품목별 추이를 봐도, 주요 채소류는 전년보다 싸졌지만 양념·수산물류는 오히려 비싸진 품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주재료인 배추·무 가격 하락은 통계상 '물가 안정'으로 보이지만, 실제 가정에서 느끼는 김장 비용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 구조적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품목별 가중치에 따라 산출되기 때문에, 전체 식료품 지수에서 비중이 작은 부재료의 급등세는 지수 전체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 지수와 장바구니 체감 물가 사이의 괴리가 매년 김장철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생활물가지수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사이에서도 이런 '가중치 왜곡' 현상은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다.
가중치가 낮은 품목은 전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통계적 설계 원리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바로 그 품목들이 특정 절기에 소비가 집중되는 '계절 성수품'일 경우에는 지수와 체감의 괴리가 유독 커진다는 점이 간과되기 쉽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수급 안정 대책이 배추·무 등 주요 채소류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매년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무 비축분 방출, 할인 지원,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한 직거래 할인 판매 등의 대책을 내놓지만, 새우젓·멸치액젓 등 염장수산물이나 마늘·고춧가루 같은 양념류에 대한 수급 관리 체계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수산물은 해양수산부 소관으로 관할이 나뉘어 있어 범부처 차원의 통합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김장철마다 "배추값은 잡았는데 다른 재료값이 문제"라는 보도가 반복됐지만, 부재료 수급 대책이 별도로 마련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데일리환경이 짚어야 할 지점은 이런 '통계와 현실의 괴리'가 단순한 통계 해석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사각지대라는 사실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김장 물가 안정 대책이 실제 가계 지출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채 '배추·무 중심'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 매년 소비자 불만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품목별 가중치가 아니라 실제 한 가정이 김장에 쓰는 재료 전체를 묶은 '통합 바스켓' 방식의 체감 물가 지표를 별도로 공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과거 사례를 돌아봐도 이런 '반쪽 안정' 패턴은 낯설지 않다. 2024년 김장철에도 배추값이 전년보다 낮게 형성됐지만, 같은 시기 절임배추 가공비와 액젓류 가격이 동반 상승해 가정에서 실제로 느낀 김장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 소비자단체 조사에서 나온 바 있다.
즉 '주재료 가격 하락 → 김장 비용 완화'라는 등식은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깨져 왔는데도, 정부 발표와 이를 받아쓰는 보도는 매년 같은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정부가 주재료 수급에만 역량을 집중한 나머지, 전체 장바구니 물가를 보여주는 '종합 체감지수'를 만들 동기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유통구조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새우젓이나 멸치액젓 같은 염장수산물은 산지 가격이 오르더라도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며 마진이 추가로 붙는 구조여서, 산지 출하가가 10% 오르면 소비자가는 그 이상 뛰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수산물 유통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반면 배추·무는 정부의 비축물량 방출과 농협 직거래망을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할 수 있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많다. 결국 정부가 손쉽게 개입할 수 있는 품목에서만 '물가 안정' 성과를 내고, 개입 수단이 마땅치 않은 품목은 시장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는 비대칭적 구조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전망을 보면, 11월 본격적인 김장철에 들어서면서 부재료 수요가 늘어날 경우 새우젓을 비롯한 염장수산물 가격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배추·무 가격 하락 소식만 믿고 예산을 짜기보다는, 새우젓·고춧가루 등 부재료별 가격 동향을 따로 확인하는 꼼꼼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역시 '주재료 중심' 발표 관행에서 벗어나 부재료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김장 물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어도 김장철을 앞둔 시점에서는 배추·무뿐 아니라 양념류·수산물까지 아우르는 '김장 비용 종합지수'를 매년 공표하는 것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제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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