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 서울시 지방재정 투자심사에서 적정 판정을 받은 사업은 전체의 1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심사가 부실한 사업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재검토가 반복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기획 단계의 검증과 심사 이후 보완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이효진 의원(국민의힘, 서초4)은 3일 열린 제340회 정례회 기획조정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 지방재정 투자심사의 반복적인 재검토 문제를 지적하고 사업계획의 타당성 검증과 예산관리 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투자심사 113건 중 34건 재검토… 적정 판정은 13.3%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지방재정 투자심사 113건 가운데 재검토 판정을 받은 사업은 34건으로 전체의 30.1%를 차지했다.
조건부 추진은 64건(56.6%)이었으며, 별도 조건 없이 적정 판정을 받은 사업은 15건(13.3%)에 그쳤다.
심사 과정에서는 이용수요 부족, 사업 필요성 검토 미흡, 운영계획 부실 등 사업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했어야 할 사항들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주목할 부분은 동일한 사업이 재상정 이후에도 다시 재검토 판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두 차례 투자심사를 받은 동일 사업 7개 가운데 4개는 두 차례 모두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서류 보완이나 사업비 조정만으로는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기존 심사에서 지적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않은 채 재심사를 요청했다면 사업 추진 부서의 사전검증과 보완 절차가 적절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업비 14억 줄였는데 또 재검토… 기존 지적사항도 미이행
대표적인 사례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에스컬레이터 설치사업이다.
이 사업은 당초 81억4천만 원이었던 사업비를 66억6천만 원으로 14억8천만 원 줄여 재상정했지만 다시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더욱이 심사 의견에는 '종전 의견 일부 미이행'이 명시됐다. 앞선 심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조차 충분히 보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심사를 추진했다는 의미다.
AI디자인페스티벌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초 25억 원이었던 사업비를 8억 원으로 68% 축소했지만 사업 목적과 정체성,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다시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반대로 너른뜰마을과 살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사업비를 증액했음에도 운영계획 미비로 재검토 판정이 반복됐다.
결국 사업비를 줄이거나 늘리는 것만으로는 투자심사에서 제기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사업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운영계획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 규모만 조정해 재심사를 요청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행정력 낭비와 사업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사업비 93억 원 증가… 교통편의시설 수요검증도 미흡
사업비 증가에 대한 관리 문제도 제기됐다.
최초 투자심사 당시와 비교해 총사업비가 20% 이상 증가한 사업 4개의 사업비는 약 343억 원에서 437억 원으로 늘었다. 증가액만 93억 원이 넘는다.
사업비 증액이 모두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가 상승이나 설계 변경, 사업 여건 변화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비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초 사업계획 수립 당시 공사비와 운영비 등을 얼마나 정확하게 산정했는지, 증액 사유가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교통편의시설 설치사업에서도 사전 수요검증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
왕십리역 9번 출입구 엘리베이터 설치사업은 총사업비 86억 원, 돌곶이역 5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설치사업은 79억 원 규모였지만 모두 이용수요와 설치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교통편의시설은 시민의 이동권과 교통약자의 접근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공공시설이다. 따라서 단순한 이용객 수뿐 아니라 고령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 여건, 주변 대체시설, 설치에 따른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초적인 검토가 충분하지 않아 투자심사 단계에서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면 사업 추진 이전의 수요조사와 타당성 분석이 적절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전 용역비 수억 원 집행하고도 사업 보류… 예산집행 실효성 논란
사전 타당성 검토를 위해 예산을 집행한 사업에서도 반복적인 재검토 사례가 확인됐다.
삼양동 공영주차장 건설사업은 타당성조사에 3,800만 원을 집행했지만 두 차례 연속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첨단연구동 사업 역시 약 3억600만 원의 사전 용역비를 집행했으나 투자심사에서 재검토 판정을 받은 이후 후속 절차가 보류됐다.
타당성조사는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인 만큼 재검토 판정 자체가 용역비 낭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한 예산을 들여 사전 조사를 진행하고도 사업의 기본적인 필요성이나 운영계획에 대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면 용역의 과업 범위와 조사 결과가 투자심사에 충분히 반영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반복적인 재검토로 사업 일정이 지연될 경우 추가적인 설계 변경이나 물가 상승에 따른 사업비 증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업별 용역 결과와 투자심사 지적사항을 비교해 사전 검증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투자심사 강화만으로 충분한가… 사업 기획 단계부터 책임성 높여야
지방재정 투자심사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사전에 검토해 한정된 재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심사에서 재검토 판정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심사제도 자체가 부실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의 추진을 사전에 제한하는 기능이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사업이 반복적으로 재검토 판정을 받는 상황은 별개의 문제다.
사업 추진 부서가 기존 지적사항을 제대로 보완했는지, 재상정 이전에 내부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반복 재검토에 따른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투자심사 통과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요와 편익, 운영비 부담, 재원 조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이동률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직무대행은 행정사무감사에서 반복 재검토와 사전검증 문제 등 지적된 사항을 살펴보고,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보다 충실히 검토할 수 있도록 투자심사 제도를 내실화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효진 의원은 "투자심사는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중요한 절차"라며 "서울시는 사업 기획 단계부터 사전검증을 강화하고, 심사 결과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반복 심사와 추가 예산 낭비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드러난 핵심 과제는 단순히 투자심사 통과율을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사업의 필요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하거나, 기존 심사 지적사항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채 재상정을 반복하는 관행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시가 반복 재검토 사업에 대한 원인 분석과 사전검증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인 만큼 투자심사 이전부터 사업계획의 완성도를 높이고, 심사 이후에는 지적사항 이행 여부를 철저히 관리하는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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