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반토막 나자 "한 포기 더" 캠페인…농식품부, 풍작 뒤엔 농가 시름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1-06 13:50:56 댓글 0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가을배추·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자 농림축산식품부가 '김장 한 포기 더 하기' 소비 촉진 캠페인을 들고 나왔다. 김장철을 앞두고 장바구니 부담은 줄었지만, 그 뒤편에서는 가격 급락으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 풍작이 반드시 농가의 웃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와 무는 재배면적 확대와 기상 호조가 겹치며 평년보다 생산량이 늘었다. 그 결과 도매시장 가격은 포기당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관계부처 회의에서 "배추 등 가격 하락으로 김장채소류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소비 촉진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형마트·전통시장과 연계한 할인 행사,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배추 소비 확대, 가정에서 김장량을 한 포기라도 더 늘리자는 캠페인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할인 지원과 소비 촉진 캠페인을 병행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급을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매년 반복되는 '사후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업 현장에서는 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할인 지원과 소비 촉진 캠페인이 등장하지만, 정작 가격 급등락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 수급 조절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농업 전문가는 "계약재배 비율을 늘리고 수급 예측 시스템을 고도화하지 않으면, 풍작과 흉작이 반복될 때마다 농가와 소비자가 번갈아 피해를 보는 구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배추값 급등으로 '金배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 부담이 커졌던 반면, 올해는 반대로 가격 급락으로 농가가 수확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이는 현상에 대해 농식품부는 채소가격안정제와 농산물가격안정제 등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개선 일정은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

김장철 물가의 또 다른 변수는 양념재료다. 배추·무 가격은 내렸지만 고춧가루와 마늘, 새우젓 등 양념류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김장 총비용 측면에서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하락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들 양념재료는 기상 영향과 수입 의존도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배추·무보다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캠페인과 함께 전통시장 상품권 연계 할인, 공공급식 구매 확대 등을 통해 김장철 수요를 끌어올려 농가의 가격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할인 지원 예산이 매년 한시적으로 편성되는 탓에, 캠페인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업계에서는 단기 캠페인보다 계약재배 확대, 정부 비축 물량의 탄력적 운용 등 구조적 수급 관리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배추값이 내렸다는 소식이 반가울 수 있지만,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실제 체감 하락폭은 도매가격 하락분보다 작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산지 가격이 내려도 운송비, 상차비, 중간 유통 마진 등 고정비용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소매가격은 도매가격보다 완만하게 내려가는 경향을 보인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농가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 개선은 더 더딜 수 있다"며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캠페인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한국 농산물 가격 정책의 오래된 숙제로 이어진다. 가격이 뛰면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할인 지원이,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 소득을 지키기 위한 소비 촉진 캠페인이 번갈아 등장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동안, 정작 가격 변동성 자체를 줄이는 중장기 수급 관리 체계는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역시 비슷한 패턴이 재연되는 모습이어서, 다가오는 김장철이 지나간 뒤 이 캠페인이 구조적 개선 없이 또 한 번의 '반짝 대책'으로 끝날지, 아니면 계약재배 확대나 수급 예측 고도화 같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농식품부는 중장기적으로 주요 채소류에 대한 계약재배 비율을 현재보다 끌어올리고, 수급 조절 매뉴얼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재배는 농가가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 물량을 공급하기로 약속하는 방식으로, 가격 급변 시에도 농가 소득을 일정 수준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계약재배 확대에는 정부의 재정 부담이 추가로 수반되는 만큼, 예산 당국과의 협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에서는 이번 김장철 캠페인이 끝난 뒤에도 정부가 계약재배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을 실제로 추진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 농협과 연계한 자체 수매 비축 사업을 병행하며 가격 급락에 대응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통일된 수급 조절 기준이 없어 지역별로 대응 수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농식품부는 이런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급 조절 매뉴얼을 전국 공통 기준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을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일리환경이 접촉한 복수의 산지 농가들은 "할인 지원이 끝나자마자 가격이 다시 떨어지는 패턴을 여러 해 겪었다"며 정부 대책의 지속성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이런 현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캠페인 종료 이후에도 가격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필요시 추가 지원 여부를 수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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