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네 번째 연기 추진…2029년 시행·손실 3년 이월공제

유승철 기자 발행일 2026-11-06 13:45:32 댓글 0
정부, 해외 거래 과세정보 확보 위해 2년 추가 유예 추진…국회 입법 여부 관건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029년으로 2년 더 늦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의 과세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과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변화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가상자산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을 이후 3년간의 이익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함께 추진한다.
▲ 가상자산 과세와 정보 교환 논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출처 : AI 생성 이미지=데일리환경)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상자산 소득과세 시행 시기를 2027년에서 2029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유예 방침을 발표했다고 해서 시행 시점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 현행 소득세법은 2027년 1월부터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2022년 시행 예정이던 과세, 네 번째 연기 추진


가상자산 소득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초 2022년 1월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됐다. 이번 정부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과세 시행 시점은 2029년으로 늦춰지며 네 번째 유예가 된다.

이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과세 시행이 이미 세 차례 미뤄진 상황에서 추가 유예를 추진하게 된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부과한다는 조세 원칙은 유지하고, 추가 준비기간을 활용해 과세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률에 규정된 가상자산 과세체계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기본공제한 뒤 초과분에 소득세 20%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전체 세율은 22%다.

예를 들어 한 해 가상자산 거래로 1,000만원의 과세대상 소득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22%를 적용해 165만원의 세금이 산출된다. 이는 현재 예정된 과세체계를 단순화한 계산으로, 실제 세액은 거래비용과 취득가액, 향후 법 개정 내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해외 거래소 정보 확보가 유예의 핵심 배경

정부가 추가 유예를 추진하는 주요 이유는 국내 거래와 해외 거래 사이의 과세 형평성 문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자료를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이용한 거래는 투자자의 실제 거래내역과 자산 취득가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거래에 대한 과세부터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소득은 비교적 쉽게 파악되는 반면, 해외 거래소를 통한 투자소득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인데도 거래 장소에 따라 세금 부과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한 국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CARF는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 관련 과세정보를 교환해 해외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도 파악할 수 있도록 마련된 체계다.

특히 미국과의 관련 정보교환이 2029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라는 점을 유예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정보교환체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시점에 맞춰 국내외 거래자료를 연계·분석하고, 해외 거래에도 실효성 있게 과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투자 손실도 3년간 이월공제 추진

이번 발표에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변화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이다.

현재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체계에는 연도별 손익을 계산하는 규정이 있지만, 한 해 발생한 투자 손실을 다음 해 이후의 이익에서 공제하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는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손실이 발생한 이후 3년 동안 해당 손실을 이익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제도가 예정대로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2029년에 가상자산 투자로 1,000만원의 손실을 확정한 투자자는 2030년부터 2032년까지 발생하는 가상자산 과세대상 이익에서 해당 손실을 공제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3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제도가 아니라, 손실이 발생한 이후 최대 3년 동안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는 점이다.

다만 과세 시행 이전에 가상자산을 매도해 확정한 손실까지 공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과세가 2029년부터 시행될 경우 그 이전에 확정된 손실은 이월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세 시행 전 취득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어떻게 계산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2029년 과세가 시행될 경우 2028년 말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의제취득가액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다만 실제 적용 기준은 향후 법률과 세부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반복 유예에 조세 형평성 논란도

정부의 추가 유예 추진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해외 거래자료 확보와 과세기준 정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를 시행하면 투자자와 거래소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 준비기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반면 과세 시행이 반복적으로 연기되면서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투자소득과의 형평성, 세법에 정해진 과세 시기를 계속 변경하는 것이 적절한지 등을 둘러싼 논란이다.

특히 과세를 유예하는 동안 해외 거래정보 확보와 신고체계 구축이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는다면 2029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유예기간을 단순한 시행 연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정비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027년 제도개선 논의, 2028년 세부 기준 발표

재정경제부는 전문가와 가상자산 업계,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구성할 계획이다.

워킹그룹에서는 과세제도 개선뿐 아니라 다양한 가상자산 거래의 과세기준과 신고 편의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스테이블코인과 새로운 형태의 가상자산 파생거래 등 기존 과세체계로 처리하기 어려운 거래유형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과세 유예와 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국회와 협의하는 한편, 추가적인 과세제도 개선 방안을 2027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2027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고,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기준을 발표해 시장과 납세자에게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디지털자산법 제정도 추진한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동시에 이용자 보호와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상자산 과세를 둘러싼 향후 쟁점은 단순히 시행 시점을 언제로 정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거래소를 통한 소득까지 공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투자 손실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 투자자가 이해하고 신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정부 발표는 과세를 폐지하는 방안이 아니라 시행 시기를 늦추면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는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과세 시기와 기본공제 금액, 손실 이월공제 방식 등이 어떻게 확정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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