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방산·이차전지 ‘지역 거점’ 키운다 … 3개 특화단지에 민간 12조9877억 원 투자

안영준 기자 발행일 2026-10-03 21:56:47 댓글 0
- 대구·경북 휴머노이드, 경남 첨단항공엔진, 전남 배터리 원료 거점으로
- 정부, 2030년 AI로봇 20만 대 보급도 추진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정부가 로봇과 방산, 이차전지를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새로운 지역 성장축으로 육성한다. 대구·경북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기지로, 경남 창원은 첨단항공엔진을 중심으로 한 방산 거점으로, 전남 광양·여수·순천은 이차전지 핵심 원료 생산기지로 조성된다.

▲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현황(출처=대한민국정책브리핑)

정부는 지난 9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대구·경북 로봇, 경남 방산, 전남 이차전지 등 3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신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예정된 선도기업 민간투자는 총 12조9877억 원 규모다. 

이번 특화단지 공모에는 5개 지역이 신청했다. 정부는 선도기업 유무와 신규 투자계획, 산업 생태계 발전 가능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평가해 로봇 분야 대구·경북(구미·포항), 방산 분야 경남 창원, 이차전지 분야 전남 광양·여수·순천을 각각 선정했다. 


대구·경북, 휴머노이드 연구부터 생산까지…5조3839억 원 투자

로봇 분야에서는 대구·경북이 국내 첫 국가첨단전략산업 로봇 특화단지로 선정됐다. 대구와 구미·포항의 제조업 기반을 연결해 연구개발→핵심부품→완제품 생산→실증·상용화까지 이어지는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도기업 투자계획은 5조3839억 원 규모다. 정부는 기존 자동차 부품기업이 로봇 부품기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로봇 데이터 팩토리’도 구축한다. 내년부터 국산 휴머노이드의 공공부문 보급을 본격화하고, 2030년에는 대경권에서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량의 20%를 담당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로봇 산업이 지역에 자리 잡으면 완제품 제조사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감속기와 센서, 모터, 제어기 등 핵심부품 기업과 소프트웨어·AI 기업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다. 기존 제조업 기반을 첨단 로봇산업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는 방산 분야 최초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오는 2042년까지 계획된 민간투자는 2조2314억 원이다. 

창원의 항공엔진·소재·부품 산업을 사천·진주의 완제기 및 항공산업과 연결해 이른바 ‘경남 우주항공 전주기 벨트’를 구축한다. 특히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부, 우주항공청이 함께 추진하는 첨단항공엔진 국산화 사업과 연계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항공엔진 기술의 국내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시험·평가 시설과 전문인력 양성 체계도 함께 확충된다. 

창원에는 이미 기계·정밀가공·방산 관련 기업들이 집적돼 있다. 특화단지 지정으로 연구개발과 시험·인증, 부품 생산,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이 보다 촘촘해지면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참여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전남 광양·여수·순천, 배터리 핵심원료 공급망 구축

전남에서는 광양·여수·순천을 묶어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조성한다. 국내 최대 수준의 이차전지 기초원료 생산능력을 활용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원료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고, 원료에서 소재와 배터리 제조로 이어지는 산업망을 강화한다.

선도기업들은 리튬 정·제련 등 핵심원료 분야에 2036년까지 5조3724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전남을 글로벌 이차전지 기초원료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세 지역의 투자계획을 합치면 대구·경북 5조3839억 원, 경남 2조2314억 원, 전남 5조3724억 원으로 총 12조9877억 원이다. 다만 전남 투자는 2036년까지, 경남을 포함한 전체 특화단지 투자계획은 최장 2042년까지로 지역별 투자 일정에는 차이가 있다. 

특화단지는 ‘공장 한 곳’ 아닌 산업 생태계 구축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의미는 단순히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는 생산시설 주변에 연구개발과 기반시설, 시험·평가, 인력양성 기능을 함께 배치해 소재·부품기업과 대학·연구기관까지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도 이번 지정에 맞춰 기업 투자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역 중소·중견기업에는 새로운 부품 공급과 협력 기회가 생기고, 지역 대학과 교육기관에는 첨단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분야에서는 별도의 시장 확대 정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AI로봇 20만 대를 보급하고 피지컬 AI 기반 서비스를 산업현장과 국민 생활 영역에 확대할 계획이다. 

결국 이번 특화단지 지정은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지역의 기존 제조업 기반과 결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구·경북의 기계·자동차 산업은 휴머노이드로, 경남의 기계·항공산업은 첨단항공엔진으로, 전남의 석유화학·소재산업은 배터리 핵심원료와 소재산업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계획대로 투자가 이어질 경우 세 지역에는 앞으로 10여 년에 걸쳐 생산시설과 연구·시험시설, 기반시설이 단계적으로 들어서게 된다. 로봇과 방산, 이차전지라는 서로 다른 첨단산업이 지역의 기존 산업기반 위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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