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의 여행 칼럼] AI가 짠 여행 일정의 마지막 확인자는 누구인가

김미란 칼럼니스트 기자 발행일 2026-11-03 07:13:32 댓글 0
다국어 초안의 속도를 현장 정보의 신뢰로 바꾸는 가이드의 역할
▲ 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한중 통역사

여행 준비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설명문과 일정 초안을 만들 수 있다. 한국어로 적은 내용을 영어와 중국어로 바꾸거나 어려운 설명을 쉬운 문장으로 고치는 작업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장이 매끄러워졌다는 사실과 그 안내대로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필자는 관광 설명과 다국어 안내를 준비하며 AI를 활용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설명이 충분한지 다시 묻고, 길이 잘 보이도록 자료를 고치고, 손님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표현을 바꾸는 일을 반복한다. 도구가 결과를 내놓는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그 결과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알아보는 현장 경험이다.

그럴듯한 일정에도 확인할 항목이 남는다

지도에 두 장소가 가깝게 보인다고 단체 손님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버스는 승용차와 다른 진입 조건을 따를 수 있고, 관광지의 출입구와 실제 집결 장소가 다를 수도 있다. 전망 지점을 설명하는 문장 하나보다 계단을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문장이 손님에게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것은 AI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 정보를 다루는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래된 안내문을 그대로 복사하거나 다른 상품의 동선을 옮겨 쓰는 경우에도 같은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생성 도구를 도입한다면 확인 책임도 함께 정해야 한다.

AI에 맡길 초안과 사람이 확인할 사실

필자는 관광 현장에서 AI의 역할을 초안 작성과 표현 정리부터 시작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같은 안내를 여러 언어로 구성하고, 긴 설명을 줄이고, 예상 질문을 뽑는 작업은 활용할 여지가 있다. 반면 운영 시간과 비용, 집결 장소, 진입 가능 여부는 여행사가 확보한 최신 안내와 시설의 공식 정보, 현장 연락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확인하지 못한 사항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메우는 것이 가장 경계할 일이다. 확정된 정보와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을 구분해 쓰면 손님도 일정의 범위를 이해할 수 있다. 정보의 빈칸을 숨기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실무적인 정확성에 가깝다.

유엔 체계의 AI 윤리 원칙은 인간의 감독과 책임을 주요 원칙으로 제시한다. 이 원칙은 관광업 전용 규정은 아니다. 다만 필자는 여행 안내에서도 결과를 받아 쓰는 사람이 판단과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고 본다.

다국어 문서는 표현보다 내용의 일치가 먼저다

한 안내문을 영어와 중국어로 만들었다면 두 문서가 같은 행동을 요구하는지 대조해야 한다. 출발 시각과 대기 시간, 장소 이름과 취소 조건이 한쪽에서 빠지면 번역이 유창해도 운영상 같은 안내가 아니다.

가이드가 직접 설명할 자료라면 소리 내 읽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눈으로 읽기 좋은 긴 문장과 버스 안에서 한 번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은 다르다. 낯선 고유명사에는 쉬운 설명을 붙이고, 손님이 행동해야 하는 정보는 앞에 배치할 수 있다. AI는 이 편집을 도울 수 있지만 무엇이 손님에게 필요한지는 현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확인한 자료가 다음 여행의 자산이 된다

매번 처음부터 요청하기보다 확인한 정보를 기준 자료로 남기는 방식도 필요하다. 확인 날짜와 출처, 변경 가능 항목을 기록하고 현장에서 달랐던 점을 수정하면 된다. 손님의 이름이나 연락처처럼 초안 작성에 필요하지 않은 개인정보는 입력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을 설계할 수 있다.

AI를 잘 쓰는 가이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문장을 만들었는가에만 있지 않다. 확인되지 않은 설명을 알아보고, 정보를 확인하고, 손님이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하는 능력에도 있다. 기술이 초안을 빠르게 만드는 시대일수록 현장을 아는 사람의 마지막 확인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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