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섬유 생산자책임 확대 "버린 옷의 비용, 만든 기업도 나눈다"

안영준 기자 발행일 2026-11-03 07:11:52 댓글 0
- 분리수거 넘어 선별·재사용·재활용 체계 강화
- 2025년 발효된 개정 지침 따라 회원국별 제도 구축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옷장에서 밀려난 옷 한 벌은 수거함에 들어간 뒤 어디로 갈까. 다시 누군가의 옷이 되기도 하지만, 소재를 분리하지 못하거나 재사용이 어려워 폐기물로 남기도 한다. 유럽연합(EU)이 섬유제품의 수거와 처리 비용을 생산기업도 부담하도록 하면서 옷의 생애를 판매 이후까지 관리하는 제도를 넓히고 있다.

▲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의 재사용·재활용을 확대하는 순환경제 개념을 설명한 EU 이사회 공식 인포그래픽.(출처=유럽연합 이사회(Consilium). 순환경제 배경자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섬유와 신발의 생산자책임을 강화한 개정 폐기물기본지침은 2025년 10월 16일 발효됐다. 회원국은 이에 따라 국내 법령을 정비하고 섬유제품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구축해야 한다.

섬유폐기물 분리수거와 생산자책임 확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EU 회원국의 섬유 분리수거 의무는 2025년부터 적용됐다. 개정 지침은 여기에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기업의 비용책임을 더해 수거 이후의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조치다.


생산자책임제는 기업이 섬유제품의 수거와 선별, 재사용 준비, 재활용 등에 필요한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버린 뒤 공공 수거체계에 맡겨졌던 제품을 생산과 판매 단계의 책임으로 연결한다.

부담금에는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반영하는 방향이 담겼다. 내구성과 재활용성 등을 고려해 비용을 달리하면, 기업이 오래 쓰고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기 쉬운 제품을 설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옷을 얼마나 많이 파는지와 함께 사용 뒤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중요해지는 셈이다.

▲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의 재사용·재활용을 확대하는 순환경제 개념을 설명한 EU 이사회 공식 인포그래픽.(출처=유럽연합 이사회(Consilium). 순환경제 배경자료)

대상은 의류에 한정되지 않는다. 신발과 담요, 침구·주방용 린넨, 커튼 등도 포함된다. EU 밖에 있는 기업이라도 유럽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을 공급하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국내 수출기업도 회원국별 이행 상황을 살펴야 한다.

분리수거된 옷을 제대로 선별하는 과정도 강화된다.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품과 재활용할 섬유, 폐기해야 할 물품을 구분해야 한다. 폐기물이 재사용품으로 잘못 표시돼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문제를 줄이려는 취지다.

수거함을 늘리는 것만으로 자원순환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모은 옷을 분류하고 실제 수요와 연결하는 시설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고의류를 수거하고 관리해 온 사회적경제 조직의 역할을 제도 안에서 이어가는 일도 과제다.

소비자의 선택 역시 옷의 수명을 바꾼다. 새 옷을 고를 때 관리와 수선이 쉬운지 살피고, 입지 않는 옷은 상태에 맞춰 중고판매나 교환, 기부로 연결할 수 있다. 배출할 때는 거주지역 수거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EU의 변화는 옷 한 벌의 가격에 판매 이후의 책임도 담으려는 시도다. 기업이 오래 쓰기 좋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가 더 오래 입으며, 수거된 옷이 적절한 쓰임을 찾을 때 섬유폐기물을 줄이는 순환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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