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상반기 253명으로 줄었지만…화재·끼임 사고는 거꾸로 늘었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1-03 07:11:22 댓글 0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고용노동부가 지난 10월 20일 올해 9월 말까지의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 잠정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발표된 상반기 수치에서 전체 사망자는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그이면에는 화재·폭발, 끼임·전도 같은 특정 사고 유형이 오히려 급증한 불안한 흐름이 숨어 있다.

줄어드는 숫자, 가려지는 위험


고용노동부는 2022년부터 반기별로 '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 부가통계를 발표해왔다. 올해 상반기(1~6 월) 산업재해 사망자는 253명(232건)으로, 전년 동기 287명(278건) 대비 34명(11.8%) 줄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22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저치다. 연도별 상반기 사망자 수는 2022년 320명, 2023년 289명, 2024 년 296명, 2025년 287명, 2026년 253명으로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다.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사망자는 146 명으로 전년보다 30명(17.0%) 줄었고,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67명으로 21명(23.9%) 줄어 모든 규모 구간 중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107명으로 4명(3.6%) 감소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105명으로 33명(23.9%) 줄었는데, 건설 현장 수가 약 90만 곳에서 103만 곳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안전 점검과 현장 중심 대응의 효과로 설명했다.

 숨겨진 역주행 지표들

 문제는 사고 유형별 통계다. 추락 사고는 84명으로 45명(34.9%)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물체에 맞음(타격) 사고도 25명으로 14명(35.9%) 줄었다. 추락·끼임·부딤 등 전통적인 3대 재해 유형이 여전히 전체 사망의 52.6%를 차지하지만, 감소 속도는 뚜렷했다.

반면 전도·협착(깔림·뒤집힘) 사고는 34명으로 16명이나 늘었다. 고용노동부는 지게차 전도 사고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화재·폭발 사고도 32명으로 16명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3월 대전 안전산업 화재(14명 사망)와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5명 사망) 등 대형 사고 두 건의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제조업 사망자는 92명으로 오히려 25명(37.3%) 늘었다.

즉 전체 숫자는 줄었지만, 그 감소는 추락·끼임 같은 '익숙한' 재해에 집중된 것이고, 화재·폭발·전도처럼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한 번에 다수 사망자를 낼 수 있는 '대형·돌발형' 재해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통계의 총량만 보면 '안전이 좋아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쉽지만, 사고의 질적 구성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로 보는 2026년 상반기 산업재해

▲상반기사고유형별산업재해사망자수


전망과 과제

고용노동부는 하반기 계획으로 추락 방지 지원 강화, 추락 위험 작업(지붕·고소작업대 등)에 대한 행정·사법 제재 확대, 반복 화재 사업장 및 화약류 취급시설 점검, 밀폐공간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200개소 집중 점검, 폭염기 열사병 예방 점검 등을 제시했다. 동일 유형 사고가 반복되는 기업에는 본사까지 포함한 특별감독 수준의 관리를 적용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지게차 전도사고 증가는 작업장 내 운행 동선 관리나 운전자격 관리 같은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어, 단기 점검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폭발 사고 역시 대형 사업장에서 한 번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점에서, 발생 빈도가 줄어도 '위험의 총량'은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10월 20일 공개된 9월 말 기준 통계가 상반기의 이 같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갈지, 겨울철 한랭 환경에서의 추가적인 사고 유형 변화가 나타날지는 연말 전체 통계가 나와야 가늠할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장의 감소세가 두드러진 만큼중대형 사업장의 설비·공정 안전 관리에 대한 추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통계의 '총량 감소'가 현장의 '체감 안전'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새겨볼 대목이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사망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과 정부의 집중 점검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되지만, 대형 사업장에서 벌어진 화재·폭발 사고 두 건만으로 제조업 사망자가 37.3% 늘었다는 사실은 '한 번의 대형 사고가 통계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산업안전 통계의 한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올해 상반기 통계는 소규모 현장의 저위험 재해 예방에는 성과를 냈지만, 중대형 사업장의 고위험 설비 관리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화재·폭발처럼 발생 빈도는 낮지만 한번 터지면 다수 사상자를 내는 '저빈도·고위험' 사고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산업재해 통계와 별도의 관리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평균적인 사망자 수 감소율만 발표할 경우, 대형 사업장의 설비 노후화나 위험물 취급 공정의 구조적 위험이 통계의 '평균' 뒤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하반기 중점 관리 대상으로 화약류 취급시설과 반복 화재 사업장을 명시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현장 점검이 얼마나 촘촘하게 이뤄질지는 연말 통계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노동계에서는 통계 발표 주기 자체도 짚는다. 반기별 집계는 추세를 보여주는 데는 유용하지만, 화재·폭발처럼 특정 사업장에서 반복되는 사고 유형을 조기에 포착해 선제 대응하기에는 주기가 길다는 지적이다.

월 단위로 사고 유형별 데이터를 공개하고, 동일 업종·공정에서 유사 사고가 재발할 조짐이 보이면 즉시 현장 점검에 나서는 '조기경보형' 통계 운용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숫자가 줄었다는 발표 이면에서 어떤 위험이 새로 자라나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는 것이, 다음 통계가 진짜 '안전 개선'을 뜻하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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