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640억 쏟아도 못 잡는 김장물가…할인 대책, 구조는 그대로

안상석 기자 발행일 2026-11-07 07:40:04 댓글 0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11월 9일부터 12월 6일까지 김장재료 할인에 역대 최대 규모인 640억원을 투입하는 ’2026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김장 시즌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대책은 농산물과 수산물을 아우르는 종합 할인 패키지로, 지난해 500억원보다 28% 늘어난 규모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할인 예산 증액’이 유통구조와 기후 변수에서 비롯되는 근본적인 가격 불안정을 해결하지 못한 채 땜질만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예산은 농산물 부문 440억원, 수산물 부문 200억원으로 나뉜다. 농산물 부문에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배추·무 등 김장 재료와 수육용 돼지고기를 최대 40% 할인하고, 200억원 규모의 농할상품권은 20% 할인 판매한다.

수산물 부문에서는 천일염, 새우젓, 멸치액젓, 굴 등 김장 필수 수산물을 최대 50% 할인한다. 수급 관리 측면에서는 배추 4만6500t과 무 9000t을 사전 확보했고, 비축해 둔 고추·마늘·양파도 가공·유통업체에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할인 폭탄’이 매년 규모만 커질 뿐, 가격이 왜 출렁이는지에 대한 구조적 처방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10월 통계청 소비자물가 발표에서는 무값이 전년 대비 32%, 새우젓이 2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양념재료 가격이 치솟으며 이른바 ’반쪽 김장 물가 안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로 그 다음 달에, 정부는 다시 할인 예산을 늘려 대응에 나선 셈이다. 올해도 마늘·양파는 “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농식품부 스스로 내놓으면서도, 비축물량 공급 외에 뚜렷한 구조 개선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새우젓을 포함한 상당수 양념·젓갈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상 수급조절 의무 품목에서 빠져 있다. 지난해 농안법이 시행 1년을 맞았지만 ’반쪽 수급관리’라는 평가를 받았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이 급등해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생산·비축을 조절할 법적 수단이 없고, 결국 사후적으로 ’할인 예산을 얼마나 더 쓰느냐’로 대응의 수위를 정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11년째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채소가격안정제 역시 마늘·양파 등 품목으로 한정돼 있어, 이번처럼 양념재료 전반의 가격 불안을 포괄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할인 지원이 단기적으로 소비자 체감가를 낮추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매년 인상되는 예산 규모 자체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응의 증거라고 지적한다.

생산비 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불안, 유통 단계별 마진 구조 등 가격을 밀어 올리는 근본 요인에 대한 분석과 대책 없이 할인 예산만 늘리면, 재정 부담은 가중되는데 가격 변동성은 줄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도 배추·무는 사전 물량 확보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법적 관리망 바깥에 있는 품목들의 가격은 여전히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정 투입 추이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예산 증액 의존’ 패턴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김장재료 할인 예산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수백억원 안팎이었으나 매년 100억원 단위로 몸집을 불려왔고, 올해는 작년보다 28%나 늘었다.

할인 폭(농산물 40%, 수산물 50%) 역시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결국 ‘할인율은 그대로, 예산만 늘리는’ 방식의 반복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유통 단계에서의 마진 구조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양념채소류의 공급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예산 증액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농식품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할인 지원이 소비자 체감가를 낮추는 동안, 그 할인분을 메우는 재정 부담은 결국 다음 해 예산에서 다시 불어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불안이 반복적으로 거론됐던 해였던 만큼, 할인 예산 확대만으로 생산 현장의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아울러 비축 물량 확보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사전 확보한 배추 4만6500t, 무 9000t은 수급 불안이 심했던 품목에 대한 대응이지만, 마늘·양파처럼 이미 “가격이 높을 것”이라고 농식품부 스스로 예고한 품목에 대해서는 비축 물량 공급 외에 생산 기반 확충이나 수입 다변화 같은 중장기 대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매년 김장철을 앞두고 ’깜짝 할인’으로 대응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한, 실제 생산 현장의 기후 리스크나 유통 구조 개선 없이는 소비자와 농가 모두가 매년 같은 불안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데일리환경의 시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11월 9일부터 할인 매장을 찾으면 체감 물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그 할인이 끝나는 12월 7일 이후가 더 큰 변수다. 과거에도 할인 기간이 종료되자마자 가격이 재차 오르는 ’반등 패턴’이 반복됐던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할인 종료 직후 양념재료 가격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할인 기간 내 가격 안정에만 집중하는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 할인 종료 이후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수급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런 패턴은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번 대책이 끝난 뒤, 즉 김장철이 지나고 난 뒤의 양념재료 가격 추이다. 할인 기간이 끝나자마자 가격이 다시 튀어 오르는 ’반등 패턴’이 재연될지, 아니면 수급조절 품목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뒤따를지가 올겨울 농식품 물가 정책의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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