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키운 유도·탁구단 존폐가 ‘구두 통보’로?…한국마사회 의사결정 과정 논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20 19:04:33 댓글 0
마사회 “운영방향 변화 가능성 설명”…현정화·김재범 감독 “해체 통보받았다”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한국마사회가 30년 안팎 운영해 온 유도단과 탁구단의 해체 또는 운영 중단 가능성을 선수단에 전달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공식 내부
검토자료는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면 조직과 사업을 재편하는 것은 공공기관 역시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연간 3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수십 년간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출해 온 선수단의 존폐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 해체 또는 운영 중단이 필요한지, 실제 얼마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소속 선수들의 계약과 고용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선수단에는 운영 중단 가능성이 전달됐지만 정작 그 판단의 근거가 될 공식적인 내부 보고서나 회의자료, 회의록이 없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서삼석 (사진)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탁구단 해산 추진 사유 및 판단 근거’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선수단에 “경영상황 악화에 따른 운영방향 변화 가능성이 있음을 사전에 구두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단의 설명은 다르다. 현정화 탁구단 감독과 김재범 유도단 감독은 해체 통보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마사회와 선수단 사이에 ‘운영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었는지, 사실상의 ‘해체 통보’였는지를 놓고 설명부터 엇갈리는 셈이다.

 32년 유도단·30년 탁구단…단순한 사내 동호회 아니다

 마사회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유도단과 탁구단을 각각 1994년과 199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2025년 선수단 운영비는 약 31억원이다.

특히 두 선수단은 장기간 국가대표와 상비군을 배출하며 국내 실업스포츠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마사회 유도단은 전기영·이원희·최민호·김재범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탁구단 역시 국가대표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 왔다.

따라서 선수단의 존폐를 단순히 연간 운영비만으로 판단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운동경기부는 경기 성적뿐 아니라 비인기 종목의 선수 육성, 국가대표 인력 기반 유지, 지역 체육 활성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공기관의 재정 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비용을 계속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역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유지냐 해체냐’라는 결론에 앞서 어떤 자료와 기준을 가지고 판단했느냐는 것이다.

“운영방향 설명” vs “해체 통보”…같은 상황 놓고 설명 엇갈려

 이번 사안에서 더욱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선수단에 전달된 내용이다.

마사회는 경영상황 악화에 따라 ‘운영방향 변화 가능성’을 사전에 구두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현정화 감독은 지난 8월 마사회 관계자로부터 탁구단을 해체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현 감독은 시즌 후반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팀 해체가 진행되면 선수들이 새로운 소속팀을 찾지 못해 상당 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재범 유도단 감독 역시 해체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선수들의 경기 준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마사회 유도단 소속 선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보도에서도 마사회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두 팀의 해체를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마사회가 전달한 내용이 단순히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설명한 것인지, 실제 해체 방침을 사실상 전달한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자료가 없다’는 것…30억원 조직 존폐 어떻게 판단했나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의사결정 과정이다.

서 의원이 마사회에 탁구단 해산 검토와 관련한 내부 보고서와 회의자료,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마사회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아직 최종 결정 이전 단계라 공식 의결자료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선수단에 운영 중단 가능성을 전달할 정도로 논의가 진행됐다면 최소한 경영 여건과 비용 절감 효과, 선수단 운영 성과, 존치 또는 폐지에 따른 장단점 등을 분석한 기초자료가 있었는지는 따져볼 부분이다.

특히 선수단 해체는 일반적인 사업 하나를 중단하는 것과 성격이 다르다.

선수에게 소속팀은 곧 직장인 동시에 훈련과 대회 출전을 이어가는 기반이다. 팀 해체 시점에 따라 다른 실업팀으로 이적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선수라면 고용과 계약 문제도 뒤따른다.

이 때문에 선수단 존폐를 검토한다면 재정 절감 효과만이 아니라 선수들의 계약관계와 이적 지원, 훈련 지속 방안까지 함께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경영난이면 더 필요한 것이 ‘근거 있는 구조조정’

마사회의 경영상황이 어렵다는 이유 자체를 선수단 운영 재검토의 근거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공공기관 역시 한정된 재원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경영환경이 달라지면 기존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재평가할 수 있다. 오히려 수십 년 운영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경영난이 심각할수록 구조조정의 근거와 절차는 더 명확해야 한다.

선수단을 없애면 실제 얼마를 절감할 수 있는지, 31억원의 운영비 가운데 인건비와 훈련비 등 세부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축소 운영이나 외부 지원 확대 같은 대안은 검토했는지 등을 자료로 제시해야 정책적 판단도 가능하다.

체육계 관점에서도 실업팀 하나의 해체는 해당 기업이나 기관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국가대표급 선수를 보유한 실업팀은 종목별 선수 육성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에 팀이 사라질 경우 선수 이동과 훈련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선수단 운영을 계속해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을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경영악화라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간 구축한 선수 육성 기반을 정리하는 것도 충분한 비용·효과 분석 없이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선수단 존폐보다 먼저 밝혀야 할 것은 ‘누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나’

 서삼석 의원은 “연간 30억원가량이 투입되는 선수단의 존폐 문제를 공식적인 검토와 논의 없이 판단하고 선수단에 구두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서 마사회가 우선 설명해야 할 부분도 결국 여기에 있다.

유도단과 탁구단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지, 또는 경영상 이유로 정리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충분한 자료와 논의를 거쳐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그에 앞서 30년 넘게 운영해 온 선수단의 존폐가 누구의 판단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어떤 경영자료와 기준을 근거로 선수단에 전달됐는지는 확인돼야 한다.

특히 마사회는 ‘운영방향 변화 가능성을 설명했다’고 하고 선수단은 ‘해체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상황을 두고 당사자들의 인식이 이처럼 다르다는 것 자체가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명확했는지 되짚어볼 이유가 된다.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은 필요할 수 있다. 선수단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수십 년간 운영한 조직과 그곳에서 생업과 선수생활을 이어온 사람들의 미래가 걸린 결정이라면 최소한 판단 근거와 절차는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마사회 유도·탁구단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해체하느냐, 유지하느냐’에 있지 않다. 연간 30억원이 넘는 공공기관 선수단의 존폐를 논의하면서 어떤 검토를 거쳤고, 선수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했으며, 해체할 경우 선수들의 운동 지속과 고용 문제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가 먼저 설명돼야 한다.

30년의 역사를 끝낼 수도 있는 결정이라면 그에 걸맞은 30년의 성과 평가와 객관적인 경영 분석, 그리고 책임 있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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