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 AI 에이전트, 수백만 뇌세포 분석…알츠하이머·파킨슨 연구 단서 찾았다

유승철 기자 발행일 2026-10-22 12:56:10 댓글 0
OpenAI·PerturbAI·Scripps Research, 생쥐 뇌 CRISPR 데이터 32분 만에 분석
분산형 AI, 단일 에이전트보다 문헌 검토 범위 넓혀…후속 실험 우선순위 제시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수천 개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동시에 투입해 수백만 개 생쥐 뇌세포의 유전자 교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 단서를 찾는 연구가 공개됐다.

AI가 논문을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생물학 실험자료를 여러 갈래로 나눠 살펴보고, 사람이 후속 실험을 검토할 후보를 좁히는 방식이다.
▲ 소뇌 푸르킨예세포를 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없음 (출처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OpenAI는 PerturbAI, Scripps Research와 함께 GPT-로절린드(GPT-Rosalind)를 기반으로 한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가 생쥐 뇌세포 수백만 개의 기존 실험 데이터를 32분 만에 분석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은 각 에이전트에 유전자 교란 하나를 맡겨 세포 반응을 분석하고 관련 학술문헌을 찾도록 했다. 각 분석 결과는 유전자, 세포 변화, 관련 논문, 가능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결한 ‘추론 아틀라스’로 통합됐다.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교란한 뒤 뇌의 여러 세포 유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기록한 전뇌 CRISPR 아틀라스다. 연구진은 수천 개의 교란을 한 번에 살펴보면서 기존 분석에서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차이와 연결고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OpenAI는 사람이 하나의 교란을 순서대로 분석하고 문헌을 검토할 경우 수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단서는 Tsc1과 Tsc2 유전자에서 나왔다. 두 유전자는 세포 성장과 대사, 노화에 관여하는 mTOR 조절과 관련돼 있으며, 여러 신경세포 집단에서는 두 유전자의 교란이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소뇌에서는 Tsc2 교란이 신경세포 간 소통과 관련된 수십 개 유전자의 활동을 바꾼 반면 Tsc1 교란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특정 유전질환의 뇌 기능 이상을 이해하는 후속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또 다른 단서는 DCTN1 유전자에서 제시됐다. 이 유전자는 신경세포 안에서 물질을 운반하는 기능과 관련돼 있고, 변이가 생기면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페리 증후군과 연결된다. AI 에이전트들은 DCTN1 교란 뒤 콜레스테롤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높아진 점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경세포 안에서 콜레스테롤이 이동·분포하는 방식이 달라지는지, 이런 변화가 신경퇴행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는 후속 질문을 제시했다. 이는 치료법을 발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험으로 확인할 가치가 있는 가설을 골라냈다는 뜻이다.

분산형 AI의 장점은 문헌 검토의 범위에서도 나타났다. 같은 모델과 자원을 사용해 하나의 에이전트가 전체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과 비교한 결과, 작업량이 가장 많을 때 단일 에이전트는 11개 문헌을 인용했지만 분산형 에이전트는 700개가 넘는 문헌을 인용했다.

블라인드 방식으로 평가한 인간 전문가들은 단일 에이전트보다 분산형 분석 결과를 75% 더 자주 선호했다고 OpenAI는 설명했다. 다만 이 평가는 연구팀이 제시한 비교 결과이며, AI가 제안한 생물학적 연결이 실제 질병 치료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실험과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결과는 생물학 연구의 병목이 데이터 생산만이 아니라 데이터 해석과 검증에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전자 교란 실험은 한 번에 수많은 세포 반응을 만들어내지만, 연구자가 모든 결과를 관련 문헌과 대조해 다음 실험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AI 에이전트를 병렬로 활용하면 조사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그 결과는 가설 목록에 가깝다.

실제 질환의 원인과 치료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연구자가 원자료와 문헌을 다시 확인하고 세포·동물·임상 단계의 검증을 이어가야 한다.

이번 연구의 동료평가 전 프리프린트는 공개됐지만 아직 학술지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연구진은 추론 아틀라스와 분석 코드 일부를 공개해 다른 연구자가 유전자와 세포 반응의 연결을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생명과학 연구에서도 AI를 단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대규모 실험자료의 탐색과 후속 실험 설계에 활용하려면, 재현 가능한 데이터 공개와 연구자 검증 절차를 함께 갖추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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