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의 진화…호주 연구진, 차세대 태양전지 효율 23.5% 달성

정이든 청년기자 기자 발행일 2026-10-22 07:03:14 댓글 0
-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세계 최고 수준 효율 기록
- 기존 제조공정 단순화하고 발전효율 높여…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상용화 가능성 확대
[데일리환경=정이든 기자] 햇빛이 지구에 닿는 순간, 그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기로 바꿀 수 있을까. 인류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 질문에 호주 과학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작은 실험실에서만 높은 성능을 보여주던 차세대 태양전지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크기로 확대하면서도 뛰어난 발전효율을 유지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모듈.(출처=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UNSW Sydney 10.7. 공식 발표 내 연구 사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Sydney)는 지난 7일 중국의 첨단 태양광 기업 유트모라이트(UtmoLight)와 공동으로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모듈에서 23.5%의 공인 안정화 전력변환효율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기존 동일 면적대의 최고 기록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로, 차세대 태양광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전지 소모듈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약 30㎝이며, 실제 발전에 사용되는 유효 면적은 676㎠다.


태양전지 연구에서는 작은 면적에서 높은 효율을 얻는 것보다 이를 넓은 면적으로 확대하면서 성능을 유지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 일반적인 실험실 태양전지는 약 1㎠ 크기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건물 지붕이나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에 설치되는 태양광 모듈은 훨씬 넓은 면적에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면적이 커지면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박막의 두께와 균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내부 결함이나 전기적 손실이 증가하면서 발전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면적에서도 높은 효율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이 주목한 소재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한 결정구조를 가진 물질을 가리키며,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빛을 흡수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차세대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는 실리콘 태양전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높은 발전효율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조공정의 가능성 때문에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층을 결합하는 '탠덤 태양전지' 기술은 서로 다른 파장의 햇빛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어 동일한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번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태양전지 내부의 제조구조를 개선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는 전기적 단락을 방지하고 전하 이동을 돕기 위해 산화니켈 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산화니켈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와 불리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장기적인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별도의 제조공정도 필요하다.

UNSW 연구진은 새로운 소재 설계와 제조방식을 활용해 기존 산화니켈 층을 제거하면서도 전하가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제조공정을 단순화하고 태양전지 내부의 불필요한 반응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 연구 책임자 샤오징 하오(Xiaojing Hao) 교수의 연구실 모습.(출처=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UNSW Sydney 연구기관이 직접 공개한 연구 현장 사진)

연구를 이끈 샤오징 하오(Xiaojing Hao) 교수는 이번 성과가 단순히 새로운 효율 기록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의 작은 태양전지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소재라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크기로 확대하면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소재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대면적 제조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소재와 계면구조를 설계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이번 성과는 대학 연구진과 산업체의 협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UNSW 연구진이 태양전지의 소재와 구조를 개발하고, 유트모라이트가 보유한 대면적 제조기술을 결합하면서 연구 초기부터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기초연구와 상용화 기술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접근방식으로, 향후 차세대 태양전지 산업에서도 중요한 연구모델이 될 수 있다.

물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곧바로 기존 실리콘 태양광 패널을 대체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수분과 열, 장시간의 햇빛 노출에 따라 성능이 저하될 수 있어 내구성과 장기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 태양광발전소에서는 태양전지가 오랜 기간 비와 바람, 기온 변화에 노출되기 때문에 높은 초기 발전효율뿐 아니라 장기간 안정적인 전력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앞으로 면적 2.8㎡ 규모의 상용 태양광 패널에 가까운 모듈을 제작해 기술을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이보다 큰 모듈에서는 약 18~19%의 발전효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생산공정의 재현성과 장기 안정성을 개선하는 연구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기술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산업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태양광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이지만, 발전효율과 설치면적, 제조비용, 장기 유지관리 등 여러 요소가 경제성을 결정한다. 동일한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전지가 상용화된다면 건물 옥상이나 제한된 부지에서도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차세대 태양전지와 고효율 태양광 모듈 연구를 추진하고 있어 이번 연구 성과는 국내 관련 산업에도 관심을 끌 만하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분야에서 축적된 정밀 박막 형성 및 소재 기술은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와 연결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다.

다만 이번 성과가 곧바로 국내 기업의 생산비 절감이나 상용 제품 출시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산업적 활용을 위해서는 대량생산 공정과 내구성, 경제성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UNSW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차세대 태양전지의 대형화와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다. 

태양빛은 지구 곳곳에 고르게 도달하지 않지만, 인류가 그 빛을 이용하는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된 소재 연구가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넓은 태양광 패널로 이어지는 과정은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이번 호주 연구진의 성과는 햇빛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미래 에너지 기술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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