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예술을 배우는 청년들에게 유학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 아니다. 익숙한 언어와 생활을 뒤로하고 새로운 문화 속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국에서 꿈을 키워가는 개발도상국 예술인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는 지난 27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해외 예술계 인력양성 사업인 'AMA+(Art Major Asian plus)'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인재양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네 번째 현장 소통 행사다. 단순히 장학사업의 성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학생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을 듣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20년 넘게 이어진 예술의 인연, 25개국 250명 졸업생
AMA+ 장학사업은 2005년 시작된 문화예술 분야 공적개발원조 사업이다. 개발도상국의 우수한 예술인재를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음악과 무용, 연극, 영상,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청년들이 참여한다.
이 사업은 단기 연수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술사(학사)와 예술전문사(석사) 정규 교육과정 이수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과 한국어 연수, 생활비, 왕복 항공료 등 유학에 필요한 지원이 제공된다.
정부가 이번 간담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MA+ 사업은 현재까지 25개국에서 25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예술가와 교육자, 문화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캄보디아의 힘 소티티야(Him Sotithya)는 공보부 정무장관으로, 미얀마의 윈 뉸(Win Nyunt)은 국립예술대학 총장을 지낸 인물로 소개됐다. 한국에서 배운 예술적 경험이 한 사람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고국의 문화예술 발전과 국가 간 교류로 이어진 사례다.
예술을 배우는 일, 낯선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
해외 유학생에게 예술교육은 연습실이나 강의실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과 생활방식에 적응하며, 때로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악기를 연주하고 무대에 오르는 일에는 국경이 없지만, 일상생활에는 언어와 제도의 장벽이 존재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장학생들의 주거와 학업 등 한국 생활 적응을 돕는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예술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진로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눴다.
예술은 전공에 따라 교육환경과 진로가 크게 다르다. 음악과 무용은 오랜 연습과 공연 경험이 중요하고, 영상과 미술은 제작환경과 작품 발표 기회가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장학생에게 동일한 방식의 지원을 제공하기보다 각 분야의 특성과 개인의 진로를 고려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제기된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사업 운영의 실효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졸업 이후에도 이어지는 예술의 길
AMA+ 사업의 의미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기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장학생들이 졸업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예술을 펼치고, 그곳의 후배들을 가르치며, 한국에서 맺은 인연을 새로운 국제협력으로 이어갈 때 사업의 가치도 더욱 커진다.
한국에서 배운 창작기법이 고향의 전통예술과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할 수도 있다. 한국의 공연예술가와 해외 졸업생이 함께 무대를 만들거나, 영상과 미술 분야에서 공동제작을 추진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처럼 한 사람의 유학 경험이 여러 나라의 예술가와 문화기관을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AMA+ 졸업생의 전공별·지역별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졸업 이후에도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국제협력의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인적 교류 기반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문화예술 분야의 공적개발원조는 도로와 건물을 짓는 개발협력사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남긴다. 한 명의 예술가가 성장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과정에서 문화적 영향력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과는 당장의 숫자로 모두 설명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육과 창작, 문화교류의 형태로 축적될 수 있다.
문화는 국가를 잇는 또 하나의 언어
정부는 문화 분야 개발협력을 개발도상국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간 협력 기반을 넓히는 중요한 분야로 보고 있다.
김진남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문화가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협력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현장에서 제기된 건의사항을 사업에 반영해 AMA+를 비롯한 인재양성 사업이 개발도상국의 문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술을 통한 국제협력은 어느 한 나라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전통과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표현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에 가깝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장학생 역시 한국의 예술교육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이 자라온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한국의 동료들에게 소개한다. 서로 다른 리듬과 언어, 움직임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만날 때 예술은 국경을 넘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번 간담회는 그러한 문화적 교류를 이어가기 위해 정작 교육 현장에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배움의 기회만이 아니다.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무대와 함께할 동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낯선 나라에서 시작한 배움이 고향의 무대에서 다시 피어나고, 한국에서 만난 친구가 훗날 국제 공동작업의 동료가 되는 일.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은 인연은 하나의 장학사업이 끝난 뒤에도 오래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예술을 배운 청년들이 언젠가 자신의 나라에서 또 다른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날, AMA+가 이어온 20여 년의 시간도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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