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외국어 가사, 긴 러닝타임,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아이와 함께하는 관람의 문턱을 높여왔다. 이 문턱을 인형 한 무리로 넘어 보겠다는 무대가 서울 강서구에 오른다. 청년 오페라 단체 뮤라마(MURAMA)가 10월 30일 강서아트리움 아리홀에서 선보이는 "마술피리"다.
모두가 잠든 새벽, 책 속 캐릭터들이 깨어난다
무대는 모두가 잠든 고요한 새벽에서 시작한다. 동화책 속 캐릭터들이 하나둘 책 밖으로 튀어나오고, 영문도 모른 채 따라 나온 왕자에게는 공주를 구하라는 뜻밖의 임무가 주어진다. 모차르트의 원작 줄거리에 '책 밖으로 나온 동화 주인공들'이라는 옴니버스 틀을 입힌 것이다.
원작 인물들은 아이들에게 익숙한 이야기 속 얼굴로 바뀐다. 거짓말을 일삼는 파파게노에는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이, 자라스트로의 성에 갇힌 파미나 공주에는 '라푼젤'이 겹쳐진다. 가사는 전부 한국어로 번안했고 대본도 새로 썼다. 줄거리를 줄여 설명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무대 곳곳의 단서를 보고 이야기를 스스로 짐작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성악가와 인형극단이 한 무대에
이 무대의 또 다른 축은 가양7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인형극 재능기부단 '리딩맘'이다. 리딩맘은 인형극으로 지역 주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전해온 단체다. 이번 공연에서는 다메와 천사, 파파게노, 파미나, 타미노 등 인형 캐릭터의 조작과 연기를 맡아 성악가들과 호흡한다.
성악 파트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타미노 박준형, 파미나 김초이, 밤의 여왕 이윤재 등 젊은 성악가가 나선다. 파파게노와 파파게나는 어린이 배우 강규인, 정수혜가 맡고, 세 명의 다메·천사 역도 청소년 단원이 채운다. 연출은 뮤라마 대표 김소원, 기획은 이예빈이 맡았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연주자도 무대에 함께한다. 아이들이 무대 위 또래를 보며 오페라를 '나와 가까운 이야기'로 느끼게 하려는 구성이다.
18세기 모녀의 갈등은 오늘의 이야기
뮤라마가 이 작품에서 놓치지 않으려는 것은 '공감'이다. 김소원 대표는 밤의 여왕과 파미나 공주의 갈등이 오늘날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모험담으로, 객석의 부모에게는 자신의 가족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로 읽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고전의 힘은 시대를 건너는 감정에 있다는 믿음이 이 무대의 출발점이다.
'WAVE', 10대에서 20대, 30대로 이어지는 물결
《마술피리》는 뮤라마가 기획한 세대 연결 프로젝트 'WAVE : 세대 간의 연결'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내년 상반기에는 부산에서 '사랑과 열정'을 키워드로 20대의 갈등을 다루는 후속작을 준비 중이고, 이후 30대와 40대로 주제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세대별 이야기를 차례로 오페라로 재창작하겠다는 계획은, 오페라 생태계에 자생적인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청년 단체의 포부와 맞닿아 있다.
문턱을 낮추는 방식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객석에서도 이어진다. 뮤라마는 강서구청 문화복지과와 협력해 문화 소외 계층에 초대권을 배부하고, 리딩맘 인형극단과 함께 가양7종합사회복지관에도 초대권을 전달할 예정이다. 오페라는 특정 계층의 예술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무대 밖에서도 실천하겠다는 뜻이다.
공연은 10월 30일(금) 오후 2시와 5시, 두 차례 열린다. 전체관람가이며 인터미션 10분을 포함해 약 100분이다. 티켓은 학생·어린이와 강서구민은 30%, 강서구민 학생·어린이는 50% 할인된다(구민 할인은 당일 주소 확인 서류 지참). 예매는 NOL 티켓(인터파크)로 하면 된다.
이 공연은 2026 서울 K-ART 청년창작자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됐으며, 뮤라마가 주최하고 뮤라마와 리딩맘 인형극단이 공동 주관한다. 강서구청 문화예술과와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한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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