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샴푸통 자르고 뒤집던 16년… ‘잔여물 20% 꼼수’ 사라질까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28 07:33:15 댓글 0
식약처, 펌프형 화장품 용기 잔여량 기술조사 착수
[데일리환경=이정윤,안상석 기자]다 쓴 줄 알았던 샴푸나 로션 통을 가위로 잘라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펌프가 더는 내용물을 끌어올리지 못해 헛돌지만, 막상 배를 갈라보면
 
안쪽 벽면과 바닥에 며칠은 족히 쓸 분량이 끈적하게 남아있기 일쑤다. 물을 섞어 흔들어 쓰거나 통을 거꾸로 뒤집어 세워두는 불편은 지난 16년간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었다.

이처럼 구조적 한계라는 핑계 아래 최대 20%에 달하는 내용물이 버려지던 펌프형 화장품 용기의 고질적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지원 의원(사진)은 27일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펌프형 용기의 과도한 잔여량 문제를 정식 의제로 올리고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앞서 박 의원실의 문제 제기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일 '화장품 잔여량 관련 용기 기술조사 추진계획'을 공식 보고한 바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제값을 치르고도 용기 설계 탓에 10~20%의 내용물을 쓰지 못하는 명백한 권익 침해를 겪어왔다. 남겨진 잔여물이 그대로 버려지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 역시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당국의 정책적 개입은 10년 넘게 공백 상태였다.

이에 식약처가 내놓은 대책은 ▲국내외 친환경·잔여물 저감 용기 기술조사 ▲우수 기술 사례집 발간 및 배포 ▲소비자 인식 조사 ▲산업계의 자발적 개선 유도 등이다.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대한화장품협회 등 업계 의견도 수렴했다.

다만 '자발적 개선' 권고만으로는 오랜 관행을 깨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의원이 이번 국감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잔류량 실태조사 정례화·표준화는 물론, 잔류 방지 가이드라인과 인증제 도입, 잔여 용량 표시제 검토 등 구속력 있는 4대 과제를 요구한 이유다. 아울러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도 K-뷰티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위해 친환경·고효율 용기 연구개발(R&D) 지원을 당부했다.

화장품 용기 개선은 단순한 생활 속 짜증을 덜어내는 차원을 넘어선다.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복원하고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는 한편, 용기 혁신을 통해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기술조사가 보고서 발간이라는 형식적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매일 욕실과 화장대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품 혁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