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걷힌 세수가 사상 최초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조세부담률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16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42조6천억원, 지방세 수입은 75조5천억원(잠정)으로 총조세 수입이 318조1천억원에 달했다.총조세가 3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조세부담률은 19.4%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8.5%)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법인세 감면이 있기 전인 2007년 19.6%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지난해 총조세가 늘어난 데엔 법인세와 소득세 등 주요 세목이 대거 증가한 영향이 크다. GDP 증가분(78조원)의 약 37%가 정부가 거둬들인 것이다.우선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 등 내구제를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부가세가 전년 동기 대비 7조7천억원이 늘었다.법인세도 대기업 대상 비과세 감면 제도가 정비되고 석유화학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7조1천억원이 더 걷혔다.지방세 수입도 대폭 상승했다. 주민세와 지방교육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이 전년에 비해 7~16% 이상 상승했고, 특히 담뱃세 인상의 영향으로 지난해 담배소비세 징수액은 3조7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4%나 늘어난 것이다.이처럼 상승한 조세부담률은 당분간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조만간 2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박근혜 정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증세 없는 복지’도 허구였던 셈이다.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증세 없는 복지’를 추진하고자 세출 구조조정, 지하경제 할성화, 비과세 및 감면 정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에 따라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였던 2013년 조세부담률은 전년 대비 0.8%포인트 떨어졌다.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정책에 따라 재정건전성에 부담이 생기고, 재정 확대 요구가 높아지면서 조세부담률이 소폭씩 상승하기 시작했다.2014년은 전년보다 0.1%포인트 올랐고, 2015년에는 0.5%포인트 상승해 18.5%의 조세부담률을 보였다.지난해에는 부동산 경기 호황 등으로 세수 상황이 개선돼 상승 폭이 0.9%포인트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조세부담률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9.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가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인 친기업·감세 정책을 펴면서 3년 연속 하락을 거듭하다가 2010년에는 17.9%까지 떨어졌다.선진국 대비 조세부담률은 여전히 최하위…증세 필요성 제기그러나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낮은 수준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로 나타났다.2015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8.5%로, 슬로바키아와 함께 최하 수준이다.멕시코와 일본, 폴란드, 오스트레일리아의 2015년 조세부담률이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10%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멕시코를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OECD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은 25.1%였다.덴마크의 경우 조세부담률이 49.5%에 달했다.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28~33% 수준으로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자본주의화가 두드러져 있는 미국(19.7%)과 영국(26.1%) 등도 우리나라보다 조세부담률은 높았다.조세부담률이 적은 만큼 복지 지출도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한국은행이 16일 발간한 ‘가계시리즈(1) : 글로벌 사회복지지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9.7%에 불과했다.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21.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OECD 평균보다 보건, 가족, 노동시장에 관한 지출비중이 높지만 노령지출 비중은 적다”며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동안 고령화율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2000년에 도입됐으며 국민연금이 도입된 시기는 1988년이었다.보고서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가 성숙하고 양극화,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복지지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로 국가부채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우리나라의 분배 지표도 매우 악화된 상태로 나타났다.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을 소득 1분위(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4.48배로 8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이에 따라 여전히 한국은 증세를 할 여력이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특히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복지 지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증세로 인한 세수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각 당 대선주자들도 다양한 복지 공약과 함께 증세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주요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하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4명은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증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부분은 바로 법인세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 국가 평균인 22.8%와 비슷하지만, 비과세·감면 등을 고려하면 실효세율은 훨씬 낮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인세를 낮추고 오히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업 친화적인 증세 정책이 과연 국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다만 증세 시점과 방식 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다양한 계층과의 합의가 전제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